참 힘든 한 해였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애에서 이토록 나라의 현실과 미래가 암울해 보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은 지지부진한데, 청와대와 여당은 세월호를 아예 덮으려 하고, 공동체 마저 아픔을 지우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세월호 1주년을 갓 넘긴 4월18일을 잊지 못합니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들은 1주년인 16일부터 노숙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그리고 세월호 선체인양에 대해 정부에 확답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 중엔 가톨릭 수녀, 목회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권력은 물리력을 동원해 막기 급급했습니다. 공권력의 횡포 앞에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 순간 '영석엄마' 권미화 씨는 경찰 방패 앞에서 목청껏 외쳤습니다. "경찰이 이렇게 대응했다면 우리 아이들 안 죽었을 것"이라고요.
최근 영석엄마는 또 한 번 눈물을 삼켜야했습니다. 12월14일부터 16일까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1차 청문회가 열렸는데, 증인으로 출석한 해경 간부들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엄마는 고개를 떨구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재난 매뉴얼은 없는데, 책임회피 매뉴얼은 빈틈 없이 작동하나 봅니다. 그러다보니 거리에서 외치던 영석엄마의 모습은 좀처럼 잊기 힘듭니다.
[2015.04.18. 서울 광화문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