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가운데엔 노란 리본 모양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인다. 그 아래엔 영어로 "우는자와 함께 울라"는 신약성서 <로마서> 말씀이 적혀 있다.
지난 주 성탄절을 전후해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됐던, 세월호 희생자 추모하는 의미의 디자인이었다. 이 디자인은 기업로고(CI) 디자인을 주로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진웅 씨의 작품이다. 이 씨의 작품은 또 있다. 노란 세월호 리본과 영어의 ‘Sorry'를 모티브로 또 하나의 성탄 트리를 디자인했다. 트리 아래엔 "죄송합니다"는 문구가 자리해 있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이 아파했지만 생계 꾸리기 바빠 잊어버리고 같이 행동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인터넷을 통해 지난 14일부터 열렸던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소식을 접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해경 간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씨는 이런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 그러다 문득 영감이 떠올랐다. 이 씨의 말이다.
"인터넷 뉴스를 통해 세월호 청문회 관련 기사를 봤다. 증인으로 출석한 고위직 공무원들의 뻔뻔함에 분노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청문회 한다고 희생된 가족이 살아 돌아오는게 아님을 안다. 단지 정확한 사실과 관련자 처벌을 원할 뿐이다. 그러다가 결국 이들이 듣고 싶은 말은 ‘죄송합니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디자인을 시작했다. 영어 낱말 ‘Merry'와 ‘Sorry'의 어감이 비슷하고, 알파벳 'Y'는 형태상 리본과 접목시킬 수 있어 스케치 해보다 작업했다."
이 씨의 작품은 알음알음 확산돼 나갔다. 이 씨의 작품을 프로필 사진으로 쓴 페이스북 사용자도 많이 눈에 띠었다. 그런데도 이 씨는 겸손을 잃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라 호응이 좋을 것 같아 짧은 시간에 디자인 했다. 다시 보니 미흡한 점이 많아 부끄러운 느낌도 든다."
이 씨는 부산에 거주하며, 조그만 교회를 섬기는 기독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