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0일(수)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 일본대사관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지난 28일(월)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반발하는 기자회견이 잇달아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엔 위안부 피해할머니인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 그리고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했다.
먼저 오전 10시 반 '대학생겨레하나', ‘청년독립군',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 학생-청년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곧 이어 11시엔 '4월16일의약속 국민연대', ‘민주주의 국민행동',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등 시민 사회단체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30분의 시간차를 두고 진행됐지만 목소리는 같았다. 청년, 시민사회단체 공히 이번 위안부 합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위안부 문제의 가해자인 일본 보다 한국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대단한 공로를 세운 것처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정작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전적으로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국가의 이름으로 일본의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내준 제2의 굴욕적 한일협정에 다름 아니다."
한국 정부가 집중 성토되는 근본 이유는 이번 합의에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데 있었다. 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외교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전제조건에 합의한 것도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실책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배제됐다는 데 있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 홍영미 씨는 이번 합의를 세월호와 다름 없다고 규정했다. 홍 씨의 말이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또 다시 눈 앞에서 벌어졌다. 한일 합의 직후 피해할머니인 이용수 할머니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너희들끼리 짝짜궁한거 잖아?' 이번 합의는 세월호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치욕적이고 굴욕적이다.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선 돈 다발을 흔들었다. 우리 유가족들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이런 정부가 일본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전세계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수요시위 경과보고를 통해 아래와 같은 방침을 밝혔다.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세계행동을 시작할 것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에 있는 국제시민단체와 함께하는 연대체를 만들어 나가겠다. 또 국내 시민사회·전문가·시민이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고, 전국 각지에 세워진 평화비 앞에서 매주 릴레이 수요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시민사회단체도 "양국의 합의에 대해 함께 분노할 모든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임을 거듭 천명한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