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그다지 기억에 남을만한 인물이 눈에 잘 띠지 않습니다. 갑질, 막말, 메르스 파동, 세월호 청문회 등 주로 부정적인 면에서는 무수한 인물들이 떠오르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본으로 삼을 인물이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눈에 띠는, 아니 돋보이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입니다. 이 명예교수는 역사학자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비판적 지식인의 소명을 감당해 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11월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고시하면서 더욱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명예교수는 길거리 역사강연과 시국기도회 등 각종 집회에 참석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어냈습니다. 단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단지 국가가 역사교과서를 발행하는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수립과 발전,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고 벌어지는 민주세력과 독재세력 사이의 투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명예교수는 11월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국기도회'에서 날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지금 국정화의 싸움은 우리나라가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전통 위에서 세워졌느냐, 아니면 친일·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해 세워졌느냐 하는 싸움에 서 있다.
1987년 헌법은 4.19민주혁명 이념 강조하고 민주국가를 이뤄간 데 대한 신념을 강조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독립운동 전통 위에서, 민주화 전통을 가지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4.19혁명으로 시작돼 광주 민주항쟁, 1987년 6월 혁명에 이르는 민주혁명의 전통 위에서 한국을 이끌어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박정희-전두환 독재와 부패세력에 의해 발전된 것으로 대한민국을 이해할 것인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진행형인 사안입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선 이 명예교수의 식견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이 교수를 기억해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