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는 2016년 새해를 맞아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김 주교는 2016년 사목교서를 통해 지난 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 중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갈택이어'를 들면서 "우리 교회의 사명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이 성어를 추천한 교수는 "사회 현상에 대한 대립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대립을 넘어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없애 버리려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당장은 고기를 많이 잡을 수있더라도 장기적인 발전은 불가능하게되는 것을 빗댔다"고 선정이유를 설명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주교는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첨예하다. 생각이 다르면 배척하고 다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 이웃과의 사이에 나눔과 섬김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래서는 이 사회에 희망이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 실직 가장, 청년 실업자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점점 늘어가는 가계부채로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소비조차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들려오는 이웃들의 한탄 소리에 숨이 막힐 듯 답답한 심정이다.
이런 가운데 절망하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하는 정치인들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다투고 있다. 교회 역시 점점 무기력해 가고 있다. 거대한 성처럼 치장한 교회건물 안에는 소원성취와 내 가족의 안위와 행복만을 비는 이기적인 기도들로 가득하다."
김 주교는 그러면서 "세대와 세대, 계층과 계층, 지역과 지역 간에, 남과 북 사이에, 그리고 자연과 사람과 하느님의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 교회는 더욱 힘차게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며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의 시민으로 양육해야 한다. 더욱 나누고 섬기며 가난한 이웃들의 필요를 채워줘야 한다. 더 인간적인 사회가 되도록 사회의 변혁을 위해서 기도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