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복수의 끝은?

이냐리투 특유의 판타지 기법 돋보인 수작…아카데미 2연패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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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20세기폭스코리아 )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이냐리투 감독의 아카데미 2연패는 초미의 관심사다.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 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부문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가 올해 다시 한 번 일을 냈다. 신작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오는 2월28일(일, 현지시간) 열리는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남우주연 등 12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만약 이냐리투가 이번에도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면 사상 초유의 2연패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아카데미와 유난히 인연이 없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 작품은 지난 10일(일) 치러진 제 73회 골든글러브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주요 3개 부문을 휩쓸었다. 골든글러브는 전통적으로 아카데미 향방을 가늠할 가늠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 결과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레버넌트>는 보는 이들을 시종 힘들게 한다. 주인공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지경까지 내몰린다. 동료인 줄 알았던 존 핏제럴드(톰 하디)는 글래스를 철저히 배신하고, 그의 아들마저 죽인다. 그러나 글래스는 놀랍게도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 남았다. 그를 붙잡은 건 복수심이었다.

이냐리투는 글래스의 생존 투쟁을 특유의 판타지 기법으로 재현해 낸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불안'이다. 그는 <21그램>, <바우티풀>, <버드맨>을 통해 인간 내면에 똬리를 튼 불안 심리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특히 <버드맨>에서 왕년의 명배우 리건 톰슨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나든다. 이냐리투 감독은 <레버넌트>에서도 생과 사의 희미한 경계선을 위태롭게 넘나드는 휴 글래스의 생존 투쟁을 몽환적으로 묘사한다. 무엇보다 휴 글래스가 어느 아메리카 원주민과 교감을 나누던 장면은 몽환의 극치다.

<버드맨>에 이어 또 다시 이냐리투와 함께 한 촬영감독 임마뉴엘 루베츠키의 솜씨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루베츠키는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배우들의 감정 동선을 잡아낸다. 특히 배우들이 뿜어내는 입김과 거친 숨소리, 입안의 분비물을 죄다 토해내는 장면은 압권이다.

복수는 조물주의 소관

영화는 글래스와 핏제럴드의 난투극에서 정점에 이른다. 글래스는 복수심으로 불타오른다. 그가 온갖 역경을 뚫고 살아 남은 불씨도 바로 복수심이었다. 핏제럴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둘의 싸움에 눈밭은 온통 핏빛으로 변한다.

휴 글래스는 기적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와 복수를 완성했다. 그러나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글래스가 아닌 것 같다. 사실, 글래스는 마지막 순간에서 복수를 포기한다. 접전의 마지막 순간 핏제럴드는 글래스에게 내뱉는다.

"기껏 복수 따위 때문에 그 먼길을 왔나? 이런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나?"

마침 그때 원주민 부족 아리카라 족이 지나간다. 그 장면을 본 글래스는 손에 쥔 칼을 내려 놓는다. 그리고 핏제럴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그래, 복수는 조물주의 소관이지."

글래스의 험난한 여정은 끝났다.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는 그에게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나타난다. 카메라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글래스의 얼굴을 정면에서 보여준다. 영화는 끝났지만, 글래스가 내쉬는 숨소리는 여전히 귓전을 떠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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