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훌쩍 넘었다. 과거 70, 80년대 독재정권 시절 깨어있는 기독인들이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강당에 모여 시대적 아픔을 놓고, 울부짖었던 목요기도회. 그 때 강당의 자리를 메웠던 이들이 12일 오후 6시 같은 장소로 모여들었다.
34년 만에 다시 목요기도회를 열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는 박형규 목사(한국교회인권센터 초대회장)의 격려사와 함께 진행된 ‘인권과 평화를 실현하는 목요기도회’에선 시대를 향한 목회자들의 창자를 긁어내는 듯한 아픔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한국교회인권센터와 NCCK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예배에서 정상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장)는 대표기도를 이해동 목사(인권목회자동지회 회장)는 설교를 맡았다.
대표기도에서 정상복 목사는 “70,80년대 고난 받다가 눈물 흘린 이들이 얼마이며 한맺힌 사연으로 부르짖었던 이들이 얼마이냐”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목요기도회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위선으로 점철되는 이 권력 집단 때문”이라며 “정의와 인권 평화가 실현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정 목사는 또 “기독교회관의 피맺힌 역사를 알고 있다”며 “이곳에서의 눈물이 역사 안에서 새롭게 꽃필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 이해동 목사가 ‘나무가 좋아야’란 주제로 설교를 전하고 있다 ⓒ베리타스 |
이어 설교를 전한 이해동 목사는 물질만능주의, 성공지상주의가 가져온 가치관의 오염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목사는 “물질에 의한 탐욕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붙는 것 처럼 결코 채워질 수 없다”며 “물질만능주의, 성공지상주의는 언제나 실용주의라는 옷을 입고 출현하는 데 이것이야말로 위선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실용주의의 늪에 진실과 평화가 묻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진실과 정의가 없는 실용주의에는 오직 억울함, 고통, 눈물 밖에 남지 않는다”며 “이런 실용주의야말로 우리 사회 가치관의 오염된 척도를 말해주고 있으며 이는 결국 물질 본의의 삶이 가져다 준 필연적인 결과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실용주의를 넘어설 의식 개혁을 촉구했다.
이 목사는 “작은 질실의 회복이 중요하고, 힘없이 왜소해진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 중요하다”며 “겨자씨가 아무리 작지만 그것이 큰 나무가 되듯이 우리는 겨자씨라는 작은 진실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했다.
‘나무가 좋아야’란 주제로 이날 설교를 전한 이 목사는 끝으로 “나무가 좋아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라며 “나쁜 나무에서 좋은 열매 맺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 격”이라고도 했다.
이날 목요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기도회가 끝날 즈음 최근 한나라당이 직권 상정하려 했던 ‘언론관계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재벌 이익 우선하는 미디어 관련 법은 폐기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미디어 관련법은 국민의 방송을 장악해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하며 결국은 자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우리는 이 법을 반민주 악법으로 규정하고 국회 통과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민주적 언론의 자유와 창의적 여론의 형성을 가로막는 ‘언론 악법’에 반대하며 정부와 여당이 올바른 언론관을 회복해 민주적 언론제도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함께 기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