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 입성해 고난 당하고 십자가 죽음 당하신 일을 기억하는 고난주간이다. 그리고 3월21일(월)은 고난주간 첫 날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최부옥)는 이날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고난당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시국기도회'(이하 시국기도회)를 봉헌했다. 시국기도회를 마친 뒤 기장 총회 임원진 및 참가자들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고공농성장을 거쳐 광화문 세월호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참가자들의 이동을 막았다.
당초 시국기도회는 세월호 광장에서 성찬례를 드리면서 마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에게 제지 당하자 거리에서 성찬례를 봉헌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측은 "집회 인원이 300명을 넘지 않아 규정상 차도 행진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장 총회 측은 "당초 신고된 집회였고, 경찰은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의 평화로운 행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어기고 있다"고 맞섰다.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총회 임원진과 참가자 약 100여 명은 시청 뒤편 청계천 방향 사거리에서 평화로운 행진 보장을 요구하며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경찰이 시위의 자유 자체를 억누르려 한다고 반발했다. 즉, 집회 참가인원이 많아도, 또 일정 기준(시국기도회의 경우 300명)에 미치지 못해도 시위나 행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 행위도 기도회 참가자들을 자극했다. 남대문 경찰서 소속 채증 요원 2명은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의 행진 동선에 맞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인권위 건물 사거리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갔을 때도 이들의 채증은 멈출줄 몰랐다. 이에 참가자 몇몇은 채증 요원에게 달려가 거세게 항의했다. 이러자 경찰 정보과 직원이 나와 "적법한 행위"라면서 이들을 감쌌다.
경찰의 방해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의 봉쇄에 막히자 시국기도회 운영요원들은 연좌농성에서 성찬례를 봉헌하기로 했다. 운영요원들이 성찬례 진행을 위해 제대를 설치하려 하자 경찰 병력이 이를 막아섰다. 이를 본 기도회 참가자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기장 총회 이길수 부총무는 "마침 고난주간인데 경찰에게 연행될 각오로 맞서자"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또 참가자 가운데 청년들은 경찰이 제대 설치 방해를 못하도록 스크럼을 짜고 경찰들과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성찬례 뒤 경찰은 기도회 참가자들을 위해 1개 차로를 열었다.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막지만 않았다면 평화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행진이었다.
한편 이날 드려진 시국기도회에서는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면서 오는 4월13일 치러지는 선거를 국회권력 교체의 계기로 삼자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설교를 맡은 최부옥 총회장은 이렇게 설교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새 바람이 불기 바라며 뜨겁게 기도해야헸다. 어제 종려주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힘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 말씀을 통해 재확인했다. 세상은 전쟁, 무기, 자본의 힘을 앞세우고 그것이 없으면 마치 무너질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공의를 펼치시며 겸손의 능력으로 세상의 힘을 끊어낸다. 그런 예언을 실현하실 분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평화의 왕 예수다. (중략)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겸손의 물결과 힘은 무력을 앞세운 세력을 주저앉히며 2천년 역사를 존속하게 해줬다. 교회 공동체와 우리는 그분을 기억하며, 우리가 평화를 위해 선택된 도구임을 잊지 말자."
기장은 사순절 기간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촛불예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촛불예배', ‘분단으로 고난당하는 한반도를 위한 촛불예배', ‘한미FTA와 쌀값 폭락 시대의 농촌선교를 위한 촛불예배', ‘고공농성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촛불예배' 등 총 5회에 걸쳐 우리 사회 고난 받는 이웃들을 위한 촛불예배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