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예수께서 걸어가신 비탄의 길 14 도정을 묵상하는 것은 유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 예수의 도정이 고독하지 않도록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그 비탄의 길을 함께 걸어봅시다. 1,2,3편에서 이어집니다.
12.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시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자 따르던 무리 중에 어떤 이들은 "십자가 형틀에서 내려오라!!! 구세주인 것을 눈앞에서 보이라.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 천사들이 와서 호위하는 것을 보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가 호령하여 하늘의 군대를 모으지 못할 줄 아느냐?"라고 대꾸하지 않으셨다. 그저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23:34)라고 기도하면서 십자가의 자리를 지키셨다. 십자가를 지고자 한 결정의 의의를 숨을 거두기까지 신뢰하셨던 것이다.
13.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났다. 더 이상 자애로운 눈길을 느낄 수 없다. 따뜻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주는 것도, 떡과 물고기로 주린 배를 채워주던 것도, 38년 묵은 질병과 혈우병과 간질 ...을 치유하고 심지어 죽어버린 사람을 살려내는 기적도, 금방이라도 날아들 돌멩이들을 온 몸으로 막아준 것도, 세리와 죄인들의 벗이 되어준 것도, 추상같은 꾸짖음도, 산과 들에서 천국의 신비한 비밀과 구원의 길을 이야기해주는 것도,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을 선물로 준 것도 ... 이제 그분의 감아버린 눈처럼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에 예수의 시체를 가져다가 유대인의 장례법대로 그 향품과 함께 세마포로 쌌더라"(요19:40).
14. 예수님의 시신이 무덤에 안치되다
죽은 자는 의례를 통해 존재가 삭제되었음이 공표된다. 사람들은 예수를 무덤에 안치하고 돌을 굴려 무덤의 문을 닫았다. 존재에 대한 연민과 희망도 함께 무덤 속에 넣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그는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도 삭제될 것이다. 실존은 이렇게 지구상으로부터 흔적을 지우게 되어있다. 끝이다. 그리고 내일은 안식일이므로 장례를 치르던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부활을 위한 안식에 드신 것이었다. 이로써 영혼들을 구원하는 새로운 생명의 예표가 되셨다. 이를 믿는 자에게 영생에로의 부활을 선물로 주기 위해 예수께서는 안식일 동안 쉬셨다. 하나님께서 기나긴 창조의 사역을 마친 뒤 안식하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