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임원 및 회원 교단장들은 3월24일(목)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머물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부활주일을 앞두고 역사 속에서 큰 고난을 당했고, 지금도 당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 및 연대의 뜻을 전달하고자 이뤄졌다. 현재 ‘평화의 우리집'엔 길원옥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두 분이 머문다. 원래 이순덕 할머니까지 세 분이 머무르고 있었으나, 이 할머니는 치매로 인해 요양소로 거처를 옮겼다.
나머지 두 분의 건강도 좋지 않다. 김복동 할머니는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지난 8일(화)부터 20일(일)까지 한일 위안부 합의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미국을 다녀왔다. 미국 여행 후유증으로 길 할머니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날 만남의 자리에서는 김 할머니가 주로 발언했다. 김 할머니의 말이다.
"우리들이 수십년 동안 일본과 싸워왔지만 해결이 나지 않고 있다. 우리들이 죽기 전에 해결이 나야 하는데, 세상을 떠날 날은 가까워 오고 그래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우리가 아베 총리더러 법적으로 배상하라 했지, 하위 관리 시켜 사죄하라 했나? 그러나 일본은 소녀상을 철거하라 한다. 100억 아니라 1,000억을 줘도 소녀상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소녀상을 세울 때 자라나는 소녀들이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자 십시일반 세운 건데 우리 정부는 돈에 팔려 철거하겠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김 할머니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한일 양국 정부는) 할머니들한테 말 한 마디 없이 저희들끼리 쑥덕거리며 합의했다. (중략)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확실히 했다면 우리가 싸울 일이 없다. 지금 그분의 딸이 대통령이고, 그래서 아버지가 못한 걸 매듭지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어딨는가?"
위안부 할머니, "교회 말고 의지할 곳 없어"
김 할머니는 이어 자신들을 찾아온 NCCK 임원 및 회원교단 교단장들에게 현재 추진중인 정의기억재단 설립에 도움을 줄 것을 호소했다.
"더러운 일본 돈 받기 싫어 정의기억재단을 만들고 있다. (국민들이 나서서) 서로가 재단을 만들겠다고 한다. 믿을 데라곤 교회 밖에 없다. 교단장님들께서 협조해 줘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다. 교회에서 우리들을 살려 달라."
NCCK 임원들과 회원교단 교단장들은 김 할머니의 증언을 들으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최부옥 총회장(기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최 총회장은 "할머니들의 아픔이 의미 없지 않다. 민족의 수난과 아픔을 후손들에게 일깨워 줬다"며 "불의한 세력들이 역사를 지우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께서 반드시 바로 잡아주리라 기대한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암브로시우스 대주교(한국 정교회)는 "정의는 어떻게서든지 바로 잡아지고 세워져야 한다"며 "외국어대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는데 학생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끊임 없이 이야기하겠다"고 전했다.
교단장들은 특히 정의기억재단 설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최부옥 기장 총회장은"할머니들의 아픔과 한을 모든 교회가 끌어 안고 국민성금 모금 그 운동에 교단적으로 참여하자고 해서 헌금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홍정 사무총장(예장통합)도 "기억과정의재단 설립에 한국교회 성도 100만 명 정도가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평화의 우리집' 방문엔 김동춘 NCCK 회장, 김영주 총무,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최부옥 총회장, 한국 정교회 암브로시우스 대주교,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용재 감독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 등이 함께 했다. 교단장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전쟁과 여성, 그리고 기억'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영화 <귀향>을 단체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