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최부옥 총회장을 소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기장은 지난 3월21일(월)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고난당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긴급 시국기도회'를 연 뒤 옛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거쳐 광화문 세월호 광장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인권위에서 광화문으로 행진하는 대열을 막아섰고, 이 와중에 시국기도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이러자 관할서인 남대문경찰서는 ‘집회주최자들이 준수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최부옥 총회장, 이길수 부총무, 총회 김 모 간사 등 3인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출석 시점은 오는 4월2일(토) 오후다.
총회는 이에 앞서 23일(수)과 24일(목) 각각 남대문경찰서와 경찰청에 시국기도회 중 발생한 충돌에 대해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남대문경찰서는 30일(수) ‘당초 집회 신고와 다르며 경찰은 질서유지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다. 이런 와중에 남대문경찰서가 총회장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다.
소환장을 발부 받은 김 모 간사는 "전혀 의외의 일"이라면서 "범법행위를 염두에 두고 총회장까지 소환한 처사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부옥 총회장은 ‘개의치 않겠다'는 심경을 남겼다. 최 총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전혀 불편하지 않다. 세상이 왜곡돼 있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선하게 인도하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한편 기장 총회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먼저 총회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을 소환하는 처사는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를 취조하겠다는 발상으로, 과거 유신독재시대에서조차 일어나지 않았던 몰상식적인 일이며 민주사회 안에서 합리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침해당한 교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비상한 관심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이번 사태에 대하여 서울남대문경찰서장이 분명하게 책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대응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기장은 오는 4월7일(목)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 앞에서 긴급 시국기도회를 갖고 경찰의 조치를 규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