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한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대구 동구갑)의 발언에 대해 기독교계가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친정부 성향을 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는 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대구지역 기독교 연합체인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3월30일(수)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입장을 낼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태도는 지난 해 7월 새정치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의 사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김 의원은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 회의 중간에 "국정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믿어달라고 하고, 실시간 도청도 안 된다며 믿어달라고 합니다. 지금 저 안은 거의 교회예요. 교회"라고 했다.
이러자 한교연과 언론회는 즉각 논평을 내고 김 의원을 질타했다. 한교연은 "한국교회 1천만 성도뿐 아니라 전 세계 기독교인들을 폄훼하고 모독한 것"이라고 평했다. 언론회는 김 의원의 발언을 ‘망발'로 규정하며 "1000만 명 한국 기독교인들을 대놓고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 두 단체는 묵묵부답이다. 한교연은 일체의 논평을 내지 않았고, 언론회는 "사회에 만연된 불공정 게임 척결 없이는 청년들을 헬조선․흙수저 절망에서 못 건져내"란 제하의 논평만 냈을 뿐 정 후보 발언은 문제삼지 않았다.
한국교회, 특히 보수교단 연합체는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드러내 왔다. 보수교계는 그동안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중단,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및 로켓 발사, 대테러 방지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한편 박 대통령의 심기를 배려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따라서 보수교계가 김광진 의원과 정종섭 후보의 발언에 상반된 태도를 취하는 이유가 친정부 성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