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한신대학교 캠퍼스는 봄 기운이 가득하다. 목련, 벚꽃, 개나리 등 봄꽃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은 적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학교는 봄 기운이 무색하게 신임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지난 3월31일(목) 한신대 이사회는 강성영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격분했다. 학생들 약 30여 명은 이사회 결정에 반발해 회의가 열린 장공관 회의실을 점거하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현재 학생들은 강 교수의 출근을 저지하고자 총장실과 이사장실을 점거한 상태다. 약 15명의 학생들이 순번을 정해가며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반면 이사회 입장은 강경하다. 이사회는 이렇다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아오다 4월5일(화) 이사장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거짓 선전과 불법적인 수단으로 많은 구성원들을 현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부에서 볼 때, 신임 총장 선임을 둘러싼 내홍은 학생과 이사회 간 갈등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학생들은 사태의 본질을 ‘학내 민주화'라고 규정했다. 총장실에서 농성을 벌이던 사회복지학과 A씨(15학번)의 말이다.
"이번 총장 후보 선출과정은 종전에 비해 더욱 폭넓게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본다. 특히 학생들에까지 확장해 총장 후보자를 정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사회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독단적으로 무시했다. 문제는 바로 이 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기자는 ‘비록 학내 구성원들의 견해가 묵살됐지만 강 총장이 자신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A씨(사회복지학과, 09학번)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놓았다.
"물론 잘 수행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보 선출과정에서 4명의 후보자가 모두 참석해 공청회를 열었다. 교수, 학생, 직원들은 이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교수는 교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고민해 한 표를 행사했다. 인간 강성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적인 과정이 지켜져야 한다."
학내 구성원, 총장 선임에 비상한 관심 보여
B씨(신학과, 13학번)는 ‘이 싸움이 소수 운동권에 국한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B씨는 학생들의 정서를 이렇게 요약했다.
"학내 투쟁이 불거지면 전면에 나서는 소수와 무관심한 다수로 나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다르다고 본다. 이사회가 열렸던 31일에서 4월1일 사이, 수 백명의 학생들이 현장을 다녀갔다.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많은 학생들이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새벽 3시경이던가, 이사회에서 긴급간담회를 제안했고, 이때 100명 가량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본다. 3월21일부터 24일까지 치러진 투표에서 학생 총 5,434명 가운데 38.9%인 2,116명이 참여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일부의 싸움이 아닌, 자신의 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따른 분노의 측면이 강하다."
B씨는 이사장 담화도 반박했다.
"이사장은 담화문에서 학내구성원들의 투표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학내에서도 이런 주장을 펼치는 교수들이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이사장이 일부 교수들에게 대리전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이사장은 또 ‘교협 총회를 거치지 않고 총장후보자선출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부터 선거관리 기준을 4자 협의회 협의를 거치지 않고 권한도 없는 선관위가 임의로 결정한 것에 이르기까지 이번 투표는 너무도 많은 흠결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흠결이 발견됐는지 지적하지 않았다."
C씨(신학과, 15학번) 역시 이사장이 담화문에서 주장한 점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사장은 ‘이번 투표는 매우 왜곡되고 불법적인 환경에서 진행됐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투표 참여를 강제한 것도 아니었고, 투표 안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지도 않았다. 총장후보 투표는 3일 동안 진행됐었다. 사실 짧은 기간이라고 보는데, 이 기간 동안 40% 학생들이 한 표를 던졌다. 당시 수시로 선거상황을 점검해 봤었는데 투표율이 갈수록 치솟았다. 학생들은 보통 총학생회장 선거가 더 피부에 와닿게 느껴짐에도 말이다. 그만큼 학생들은 이 문제에 간절함을 드러냈다."
D씨(사회복지학과, 15학번)는 학생들이 신임 총장 선임에 열의를 보이는 이유를 알려줬다.
"전임 총장 재임 당시 학과 구조조정이 많이 이뤄졌다. 그래서 총장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활이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절감했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선임된 총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한편 학생들은 6일(수) 오후 캠퍼스내에서 비상학생총회를 열고자 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아래 다섯 가지 안건을 제시했다.
1) 총장 선임결과 무효 인정
2) 총장 선임 재논의 및 결과에 대한 학내구성원의 동의 확보
3) 이사회 임원 총사퇴
4) 학생 폭행 및 공권력 연행시도 사과
5) 학내 구성원이 추천한 인사를 선출할 수 있도록 이사회 정관 개정
그러나 비상학생총회는 정족수 500명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로 인해 상기 다섯 안건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