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버이연합 공동체 책임
지난 몇 일 사이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는 ‘어버이연합'이다. 기자에게도 이들이 낯설지 않다. 이들은 대규모 집회가 있을 때면, 어떻게 정보를 알았는지 맞불집회를 열고 온갖 난동을 부렸다.
공권력은 이들을 수수방관하는 듯 했다. 실제로 어버이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해 10월 혜화경찰서장을 향해 폭력을 휘두른 바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경찰관인 줄 몰랐다"는 해명 한 줄로 조용히 묻혔다.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이들의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지금에야 이 같은 의혹이 근거가 없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패륜 그 자체였다. 지난 2014년 8월25일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는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을 벌이고 있던 시점이었다. 다른 시민들도 김 씨와 뜻을 같이 해 단식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때 광화문 광장 건너편에 나타나 집회를 벌였다.
그 즈음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류 언론은 "고급취미인 국궁을 즐기면서 딸 양육비는 주지 않은 비정한 아빠"라며 김 씨를 공격했다. 어버이연합은 이 같은 내용을 구호로 만들어 김 씨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다그쳤다. 사실, 이런 행태는 인격살인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시사저널>, 등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이들에게 자금을 댔다고 하니, 현장에서 어버이연합의 행태를 지켜본 기자로서는 허탈하다는 말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어버이연합 모두가 다 극렬한 행동을 벌이는 건 아니다. 선봉에 선 몇몇이 행동을 주도할 뿐, 참가자 대다수는 구호 외치라면 구호 외치고, 피켓 들라면 피켓 들며 시간을 ‘떼운다.' 표정도 시큰둥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갈 곳 없는 노인들이다.(어버이연합이 노인들을 포섭하는 과정은 <한겨레>에서 심층 보도한 바 있다) 또 탈북자들 상당수도 이 단체에 가담한 것으로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탈북자의 61.4%가 자신을 ‘하층민'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통일부 조사 결과 나타났다. 요약하면 우리사회의 약자들이 구성원인 셈이다.
이들이 어버이연합의 선전에 넘어간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오갈 데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분명 어버이연합 지도부와 청와대-전경련과의 유착관계의 고리를 밝히고, 관련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 가담자들에겐 손가락질 보다 우리 사회 공동체가 또 한 번의 기회를 줘야하지 않을까?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해 결국 어버이연합의 선동에 넘어갔으니, 공동체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접근하자는 말이다. 공동체가 이들을 제대로 품을 때, 사악한 정치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약자들을 이용할 여지는 원천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특히 이런 일에 교회가 앞장서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