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28일(목) 김조광수 감독을 초빙해 가질 예정인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아래 이야기마당) 행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심하다. 행사 주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직원들은 항의전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반동성애 단체가 25일(월) NCCK가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를 취소하라는 압력을 가하기까지 했다.
기자회견 주최측은 ‘탈동성애인권포럼', ‘홀리라이프',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등 37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기자회견을 주도한 인물들의 성향이다. 사회를 맡은 김규호 목사는 지난 4.13총선 당시 ‘동성애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총선 낙선·지지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며 정치활동에 열심이었던 인물이다.
김 목사는 지난 해 5월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동성애 기자회견을 하다 세월호 대책위가 틀어 놓은 스피커 음향을 문제삼아 "국민 위에 갑질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심판 받을 것"이라고 해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뿐만 아니다. 김 목사는 담배값 인상 논란이 불거지던 2014년 9월, 정부의 담배값 인상방침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때 동성애자였다가 이성애자로 전환했다 해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요나 목사(서울 갈보리 채플 교회)도 얼굴을 내비쳤다. 이 목사는 흥분한 목소리로 "교회연합체인 NCCK가 이런 행사(이야기마당)을 개최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시민들을 향해 "당신의 자녀가 동성애자라면 어떻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행사가 수난을 겪은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11월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와 성소수자 모임은 국내 첫 동성 커플인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씨의 사랑을 다룬 <마이 페어 웨딩>을 상영하려 했다. 그러나 이 학교 학생처는 ‘학교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소사용을 불허했다. 결국 행사는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친정부 성향이 강한 개인이나 단체가 반동성애 운동을 주도하는 모습도 새삼스럽지 않다. 김규호 목사 말고 정부 편향의 행태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던 한국교회언론회 역시 지원사격에 나섰다. 언론회는 26일(화) 논평을 내고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연합기구 중 하나인 NCCK가 앞장서서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하여 동성애 콘서트를 열어줌으로 한국교회 내 반 동성애 운동을 분열, 좌초시키고, 동성애 운동자들에게 죄에 대한 양심적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그야말로 참 나쁜 처사요, 반 기독교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NCCK인권센터는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중이다. 일단 NCCK 내부에서 진행되는 행사이고, ‘어느 사회든 성소수자 문제의 공론화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NCCK인권센터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소통을 위해 마련한 자리인데 소통 마저 막으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부추기는 교계 단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