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 리뷰] 기도신학을 세우기 원하는 자들에게

기도란 무엇인가/한병수/S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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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크리스찬북뉴스)
▲기도란 무엇인가?

모든 종교에는 기도가 있다. 기독교에만 기도라는 도구가 있어서 하나님 아버지에게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 종교에도 기도가 있어서 그들이 믿는 신에게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행위가 있다. 불교에도 방언을 하며 신비한 기도의 세계를 경험하는 기도자들이 있고 우리 나라는 무속신앙이 강해서 장독대 앞에 정한수를 떠놓고 여러 가지 소원을 빌기도한다. 성경에도 보면 이방의 왕들도 아침 일찍 자기가 섬기는 신에게 기도하는 장면을 볼 수 있고 바알과 아세라의 제사장들도 미친 듯이 기도하는 장면이 있다.

기독교 내에서도 다양한 기도가 있고 저마다 기도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각자가 좋아하는 말씀을 근거로 기도하여 응답을 받고 하나님을 가까이 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렇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도가 하나님을 왜곡하고 성경도 오해하게 한다면 그 기도는 신앙을 변질시킬 것이고 그의 인생 또한 일그러지게 할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기도를 확립하고 기도에 대한 신학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이 책을 접하면서 기도에 대한 책을 내가 또 왜 봐야하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도에 대한 책을 많이 봐서가 아니라 평소 기도에 대한 책을 읽는 것보다 실제 내가 기도의 자리에서 기도하는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어나가며 보통 책과는 달리 '기도신학'에 대한 책을 읽는 것 같았다. 단순히 나의 소원과 상황을 아뢰는 기도를 넘어 내 삶과 깊이 연관되어지는 기도가 성경 전체를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 점검하게 되었고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 기도의 본질과 방법과 내용과 보상에 대해서 전체적인 메시지를 종합해 볼 수 있었다.

1부는 기도의 본질을 다루는데 1장 '기도와 하나님'에서는 짐승도 구하고 취득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가까이 하는 것이 기도의 본질임을 설명한다. 2장 '기도의 본질'에서는 문화와 자연은 인간이 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기도의 본질은 인간의 자연적, 사회적 의존성을 넘어서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의존이며 이것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가는 것이라 정의한다.

2부는 기도의 방법에 대한 것으로 3장 '기도와 말씀'에서 사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 확연히 다르듯 기도 또한 방법과 방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즉 기도의 방법은 성령 안에서 하는 것이고 말씀이 마음에 심겨져 주님의 명령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4장 '기도의 질서'에서는 만물에도 질서가 있듯이 여기서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주기도에 대한 내용으로 우리가 마땅히 구해야 될 기도들이 무엇인지 핵심적인 내용을 깊이있게 다룬다.

3부는 기도의 내용으로서 5장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팔복에 대한 내용으로 우리가 기도해야 될 하나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은혜롭게 설명된다. 6장 '하나님의 의'는 여러 가지 의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의는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하나님과 나와 이웃과 세상에서 이 의를 이루기 위해 십자가와 부활의 삶을 가르쳐준다.

4부는 기도의 모범과 보상으로 7장 '기도의 모범, 예수 그리스도'에서는 예수님께서 실제 이땅에서 어떻게 기도하셨고 무엇을 기도하셨는지 그 실제를 보여줌으로 주님의 기도와 삶을 본받도록 은혜롭게 소개해주고 있다. 8장 '기도의 보상, 최고의 선'에서는 개인의 기도에 따라 얻어지는 유익이 선이 아니라 하나님이 성령님을 보내셔서 그분이 우리가운데 임하고 그분을 통해 예수를 더욱 사랑하며 하나님을 진실로 경외하며 소유하게 되는 것이 복임을 설명한다.

기도에 대한 통전적인 해설이 담겨 있는 이 책에서 필자가 볼 때 저자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우선 저자는 기도에 있어서 성령과 기도의 관계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기시킨다. 신앙생활 하다보면 늘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 저자는 객관적인 말씀과 주관적인 성령의 역사하심의 조화 속에 건강한 기도자가 되는 방법론을 안내한다. 저자는 이것을 '말씀과 성령이 입 맞추는 것'이라 실감있게 묘사한다.

그리고 저자는 기도를 통한 성령의 역사하심에서 기도자가 늘 그리스도 안에 거하기를 힘써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기도자는 우리의 심령 속에 나의 소원보다 그리스도의 소원이 더욱 커지도록 해야하며 육체의 원함보다 성령의 원함이 지배하여 하나님만이 흥왕케 되도록 해야한다. 실제 기도는 자기부인의 시간이 되어야하고 말씀 자체이신 분이 주인이 되어야한다. 성령의 검으로 내가 죽고 그리스도의 영이 나를 이끄시는 부활을 체험해야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기도의 삶을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주기도문을 통해 기도의 방법을 설명하고 팔복을 통해 기도의 내용을 소개한다. 또한 기도의 모범으로 기도의 능력과 예수님이 드리신 기도가 어떤 것인지 실제로 가르쳐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은혜가 되었는데 누가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의 모습을 포착하여 신학적으로 다루는 저자의 설명이 더욱 하나님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를 시작하기에 앞서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는데 누가는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같이 내리기 전에 주님께서 기도하셨다고 알려준다. 이 기도와 세례는 이제 주님이 기도를 통해 자기를 부인하며 하나님의 뜻이 자기를 주장하는 삶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성령에 이끌려 40일간 광야에서 금식하며 기도하시는 것은 이제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십자가에서 구속을 이루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것에 자신이 헌신된 것을 증명한다.

또한 열 두 제자를 세우기 전에 하루 종일 녹초가 되는 고된 사역을 마치고 나서도 밤이 새도록 기도하시는 예수님은 사도 이후에 세워질 교회와 성도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이 기도를 통해 주님의 심정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리고 겟세마네에서의 기도를 통해 죽음을 부인하고 거절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인류 역사속에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이 죄라는 무게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그 고통의 무게가 파악된다.

끝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건강한 교회의 표지 중 하나는 뜨거운 기도가 있는 교회다. 말씀 듣고 기도하자고 하면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성도가 가득한 교회가 아니라 말씀을 듣고 은혜가 부족하였다 할지라도 전체가 모여 기도할 때에 열광적이지는 않아도 마음을 모아 뜨거운 기도가 교회를 채우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교회를 보면 둘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너무 열광적이어서 미친 듯이 기도하든지 아니면 아예 죽은 듯이 기도하던지...

기도에 있어서 둘 다 문제다. 전자는 하나님을 이용하고 부리기 위해 기도하는 것 같고 성령님의 임재와 가르침 속에 자신을 부인하고 예수님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님의 성품보다 하나님의 손에 더 관심이 있다. 후자는 기도가 뜨겁지 않아도 별 문제 없고 기도하지 않아도 잘 살아지니 기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식어졌다. 기도는 우리의 신앙과 우리의 현재 상태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표지인데 그런 기도에 대한 자세가 우리의 교회와 신앙의 상태를 반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둘 다 문제지만 후자가 더 심각한 문제라 진단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기도의 회복이다. 기도에 대한 뜨거움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기도에 대한 간절함을 먼저 제공해주지 않는다. 우리의 기도를 변화시켜주기보다 기도자를 먼저 변화시켜준다. 이것이 필자가 보는 이 책의 특징이요 핵심이다. 설교를 잘하기 위해서는 설교자가 먼저 변화되어야 하듯 바른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는 기도자가 변화되어야한다. 그래서 저자는 기도신학에 있어서 성령의 내주하심과 기도자의 자기죽음과 부활의 능력으로 살아나는 것을 말하며 또한 삶이 기도가 되어야 할 것을 역설한다.

기도의 세계는 풍성하다. 기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감격과 체험은 우리의 삶을 능력있게 하여 세상을 이기는 힘을 충분히 공급한다. 말씀이 심령에 거할 때 이 기도는 더욱 간절해지고 기도자의 심령을 하나님과 하나되는 자리까지 인도한다. 이 기도는 기도자를 만들고 기도자의 삶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그래서 필자는 이 책을 통하여 기도가 작아지고 없어져 영적빈곤을 겪는 교회와 성도에게 또한 참된 기도에 대하여 기도신학을 세우기 원하는 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모든 기도자에게 참된 복과 선이 되시는 하나님이 보여지기를 소원하며....

저자 한병수

저자는 미국 미시건에 소재한 칼빈신학교에서 역사신학 전공으로 학위(Ph.D.)를 받았으며 지금은 전주대학교 교회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의 주된 관심사는 성경의 통합적인 이해, 그리고 신학의 통일성 추구와 통일적인 지식 및 통합적인 학문에 대한 연구이다. 이는 오늘날 분할하고 해체하여 분석하는 환원주의 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 모색의 일환이다. 물론 환원주의 분석은 인간에게 불가피한 것이지만, 인식의 종착지는 아니기에 종합의 자리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저자의 기출판된 책들은 모두 이런 맥락에서 쓰였다. 이번에 본 출판사가 출간하는 『기도란 무엇인가』 역시 기도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의 문서화다.

저서로는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서론』(부흥과개혁사, 2014), 『미러링』(세움북스, 2014), 『묵상: 성도의 품격』(세움북스, 2015), Symphonia Catholica(V&R, 2015) 외에 다수의 역서가 있다.

글/ 방영민 편집위원 서평

자료제공: 크리스찬북뉴스

온라인이슈팀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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