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뜨거운 감자다. 국가보훈처 광주지방보훈청(광주보훈청)이 오는 6월25일(토) 6.25기념 광주 시가행진에서 제11공수특전여단의 시가행진을 계획하면서 박 처장은 세인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제11공수특전여단은 5.18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부대. 광주보훈청의 계획이 알려지자 5.18관련 단체들은 ‘5.18가해자인 공수부대 군인들의 광주 거리 행진은 5.18 정신 모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보훈처 수장인 박 처장이 입길에 오른 것이다.
특히 20일(월) 오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이번 주 안에 박 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박 처장에게 쏠렸다.
박 처장이 입길에 오르내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2월 보훈처장에 임명돼 현 박근혜 정권에서 재신임을 받으며 5년 4개월째 장수 중인 박 처장은 5.18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행사장에선 광주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쫓겨나 기념식엔 참석도 못했다.
그런데 박 처장은 군 고위 장성 출신 장로로 구성된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본부(자국본) 이사다. 그리고 보훈처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수 기독교계 단체들의 집회에 활발히 참여했다. 박 처장은 지난 2011년 7월 경북 경주 일대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로수련회에 ‘호국과 보훈'을 주제로 안보특강을 했다.
다음 해인 2012년 10월엔 미국으로 건너가 ‘한미동맹체결 59주년 기념대회 및 이승만대통령 기념사업회 제3차 미주총회'에 참석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주제로 또 한 번 안보강연을 했다. 이때 박 처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60년 동안 변함없이 대남 적화전략을 추진해 왔고, 2012년에 한미동맹을 해체시킬 수 있는 여건을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전후세대를 비롯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 진정한 ‘호국정신'을 갖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는 안보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군 예비역 장성들이 장로 직분을 내세워 안보 강연을 하는 사례는 비단 박 처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낸 권영해 장로는 2014년 6월 인천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시국 강연에서 "한국전쟁은 하나님나라 백성들이 사탄의 공격에 맞선 영적 전쟁이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아직 5.18광주민주항쟁의 상흔은 가시지 않았다. 특히 발포명령권자로 의심 받는 전두환 씨가 5.18이 임박한 시점에 ‘발포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와중에 보훈처가 제11공수여단의 행진계획을 내놓아 5.18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이다.
박 처장이 장로이고, 보수 기독교계와 활발히 교류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박 처장의 행보는 기독교의 위상 실추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