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가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에 휩싸인 가운데 ‘한신대 공동대책위원회를 준비하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은 21일(목) 오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최부옥) 총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화성동부경찰서가 19일(화) 특수감금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한신대 학생 24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마련됐다. 한신대 이사회는 고소 취하를 결의했지만, 말 뿐이었다.
학생모임은 기자회견에서 "‘탄원서를 내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이 사법 처리를 받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이사장의 말이 무색하게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사법처벌에서 벗어나게 해 줄 노력은 조금도 없었다"고 규탄했다.
학생모임은 이어 학교측이 총장 선임에 반발하는 학생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학생모임에 따르면 학교 측이 "4월 동안 학생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 몇 명이 모였고 흩어졌는지, 어떤 내용의 선전물과 시위 용품을 가지고 있었는지, 학생자치 활동인 학생총회에 몇 명이 모이고 어떤 안건을 논의했는지 등을 시간별로 기록하고 직접 찍은 사진 자료까지 첨부한" <학생동향파악일지>를 경찰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학생모임은 또 학교 측이 학부모에게 ‘학내운동을 계속하다가는 사법처리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전달하는가 하면 한신학원 이사의 학생 폭행, 후보자 공청회 소식 알린 <한신학보> 강제 회수 등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장 총회와 이사회, 학교 당국에 비민주적 총장 선임에 대한 책임, 그리고 학생·교수의 사법처리를 막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학교측, 정말 학생 사찰했나?
학생모임의 입장 가운데 특히 논란이 되는 대목은 학생사찰 의혹이다. 학교 측은 "학교가 직접 경찰에 학생활동 관련 자료를 준 적이 없다"며 "사찰일지에 대한 학생모임의 입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실제 경찰 조사를 받은 학생의 주장은 다르다. 이 학교 신학과 13학번 A씨는 이렇게 전했다.
"자료는 실제 경찰수사자료로 쓰였고, 이를 토대로 조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자료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지금 학교당국이 해야 할 일은 자료 작성자가 누구이고, 어떤 경로로, 누구를 거쳐 경찰에 넘어갔는가를 밝히는 일이다. 학생신변 사찰자료가 경찰에 넘어간 이 사건이 큰 일로 다가오지 않는가?"
학교 측이 학부모에게 보낸 통신문 내용도 논란거리다. 학교 측은 "학교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학생들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보낸것이지 협박하거나 조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학생모임 쪽 학생 B씨는 "의도가 어찌됐든 학부모들과 이를 본 대다수의 사람은 조롱과 협박으로 느끼고 있다"라면서 "학생처장은 단 한번도 학부모들과 사람들의 이러한 반응에 대답하지 않고 있는데 이게 더 큰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부모 한 모 씨도 학교 측의 가정통신문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한 모 씨의 말이다.
"학부모들은 학내 갈등을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학생들이 성인이어서 참견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져도 참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통신문을 보냈다. ‘한 마디로 아이들을 설득해서 고만하게 만들어'란 식의 공갈 협박이었다. 너무 분노했다. 학교 측에서 학생들과 잘 풀어가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경찰에 불려가 10시간 넘게 강도 높게 조사를 받아야 하는가?"
기자회견을 마친 학생모임은 총회 사무실을 찾아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문건을 전달했다. 이들을 맞은 기장 총회 측 국내선교부장 김두홍 목사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는데 최선을 다해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총장 선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총장 선임으로 불거진 학내갈등에서 학생측과 학교 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 있다. 이 와중에 총회는 한 발 물러서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신대 학내 갈등이 장기화 될 것임을 예고하는 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