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 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를 꾸리기로 한 가운데 27일(수)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비상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책회의는 제64회기 3차 정기실행위원회에서 민주헌정의 후퇴, 경제 양극화의 심화, 증오와 대결 일변도의 남북관계, 동북아를 비롯한 국제관계의 파탄 등 현 시국을 비상시국이라 판단함에 따라 꾸려졌다.
NCCK가 시국대책회의를 꾸린 건 25년만의 일이다. 상임의장을 맡은 김상근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착잡하고 괴로운 마음을 억제할 수 없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김 목사의 말이다.
"1985년 1990년 사이 시국대책위원회가 있었다. 당시 군사 독재는 극에 달했었고 민주 저항 또한 거셌었다. 오늘 대책회의에 함께 한 은퇴목사들은 그때 함께 일했고, 난 2년 동안 위원장을 맡았었다.
그로부터 4반 세기가 지났다. 오늘 위원회를 회의로 바꿔 똑같은 이름의 비상시국 대책회의를 다시 발족하고 첫 기자회견을 갖는다. 나는 그때처럼 의장으로 선출됐다. 착잡하고 괴로운 마음을 억제할 수 없다. 오늘 현실이 그렇듯이 앞으로 슬픈 역사의 역사의 고통에 함께하고 NCCK의 깊은 결단에 함께 하겠다. NCCK는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예언자 소임을 못한데 대해 깊은 죄책을 고백한다. 역사 앞에, 고통 당하는 민중 앞에, 찢겨지고 갈라진 민중 앞에, 아니 하나님 앞에 이제 정의, 평화, 생명을 시대적 가치로 세우기 위해 다시 떨쳐서겠다는 결단으로 오늘 첫 예언자적 선언을 한다. 바름에 한껏 다가설 것임을 약속한다."
김 의장의 인사말에 이어 대책회의는 비상시국 선언문을 낭독했다. 대책회의는 선언문에서 "지난 3년 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을 섬기는 정치는 실종됐고, 민생 경제는 파탄났으며,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이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 가고 있다"며 "현 정부는 지금까지의 잘못을 회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실패와 그동안의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할 것과 반 헌법적이고 반 생명적인 국정기조를 청산하고 민주와 상생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을 촉구했다.
NCCK 대책회의는 향후 가톨릭, 불교 등 이웃 종교와 함께 종단 간담회를 가지는 한편, 범시민사회단체와 접촉해 의견을 수렴한 뒤 의제를 설정할 계획이다. NCCK쪽의 한 관계자는 "일단 오늘 발표한 선언문은 총괄적 내용을 담았고, 향후 정부가 국민 앞에 회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활동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