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병천면에서 민들레 대안교회 목회 사역을 하는 화륜 목사와 성도 가정이 1일(월) 오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 팽목항을 찾아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다.
그 특별한 선물이란 세월호와 십자가를 형상화한 목각 십자가. 지난 6월 화륜 목사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리는 의미로 304개의 십자가를 손수 깎아 만들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만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화륜 목사는 목회 사역 전 광고회사를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2002년 모든 걸 정리하고 천안시 병천면에 내려와 대안교회 목회를 시작했다. 성도라고 해야 한 가정(5명)이다. 목공기술은 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않고자 익혔다.
십자가 제작은 1개월 가까이 걸렸다. 그러던 와중에 김관홍 잠수사의 부고가 전해졌다. 그래서 화륜 목사는 고 김 잠수사에게 줄 십자가를 하나 더 만들었다.
십자가는 완성됐지만 바로 전해지지는 못했다. 유가족들에게 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화륜 목사는 한 달 가까이 고민을 거듭하다 팽목항에 있는 미수습자 가족에게 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화륜 목사의 말이다.
"십자가를 전시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니어서 응하지 않았다. 십자가를 태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위에서 만류했다. 그러다 팽목항에 머무르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이 가장 소외된 이웃이라고 보고 팽목항을 찾기로 결심했다."
연약한 아이들 맡기기 위해 엄마 세워
팽목항에 머무르고 있던 '은화 엄마' 이금희 씨와 '다윤 엄마' 김은미 씨가 화륜 목사 일행을 맞았다. 이금희 씨는 화륜 목사 일행에게 다음과 같은 바람을 내비쳤다.
"실종자가 총 8가정인데 7가정이 교회에 출석했다. 단원고 미수습자 4명도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미수습자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나? 많은 목사님께 알려 주었으면 좋겠다. 여기 함께 있는 다윤 엄마와 나는 성격이 판이하다. 그런 엄마들이 매일 같이 아이를 찾는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뜻은 어디 있을까?' 하고 묻는다. 난 하나님이 엄마들을 세워 약한 아이들을 맡겼다고 생각한다. 지금 예수께서 오신다면 세월호에 오셔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찾아 주리라고 믿고 기다린다. 그 생각으로 견딘다."
박은미 씨도 교회의 도움을 갈구했다. 박 씨의 호소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찾는데 교회와 목사님들이 움직여 주고, 기도로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수습자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 아닌가? 예수께서도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섰는데 큰 교회는 미온적이다. 우리는 정치적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저 부모의 마음으로 호소할 뿐이다."
화륜 목사는 허다윤, 조은화 두 학생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화륜 목사 일행은 미수습자 가정과 별세자 예배를 드리고 팽목항을 돌아본 뒤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