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의 산증인으로 존경 받아오다 지난 18일(목) 소천한 고 박형규 목사의 장례예배가 22일(월)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이날 장례예배에는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박동일 전 기장 총회장, 기독교평화연구소 소장 문대골 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들 외에 박원순 서울시장, 이철 민청학련운동 계승사업회 회장, 이재오 전 의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특히 손 전 상임고문은 고 박 목사가 주례를 서는 등 특별한 인연으로 조문 기간 내내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자임했다.
장례예배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설교를 맡은 김상근 목사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통회자복을 촉구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고 박 목사가 독재 정권에 맞서 여섯 차례나 옥고를 치렀고 그 결과로 민주화가 이뤄졌는데, 현 정부에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목사는 악화된 남북관계, 민생경제 파탄, 언론자유 후퇴 등 현 정권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열거하며 "고 박 목사가 맞서 싸웠던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박 목사님 앞에, 그가 사랑한 교회 앞에, 그가 아낀 민중 앞에 참회하고 회개할 수밖에 없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김영주 NCCK총무도 "한국교회가 이웃을 위해 존재해야 할 사명을 팽개치고 번영신학의 노예가 되어 바벨탑을 쌓기에 여념이 없는데, 목사님 하늘나라로 가십니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외에 매튜 조지 추나카라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마에지마 무네토시 전일본기독교협의회 총간사 등도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애도했다.
장례예배를 마친 고인의 시신은 경기도 파주시 기독교상조회 묘지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