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간 고 변호사, “‘기도하고 노력하면’ 불가능 없죠”
대학 재학 중 고시 3관왕(사법고시 당시 최연소, 외무고시 차석, 행정고시 수석), 서울 법대 수석졸업, 美 예일대·하버드대 로스쿨 석사 졸업, 콜롬비아 로스쿨 박사 졸업, 이화여대 법과대학 겸임교수…. 아직 많이 남았다. 프로필 설명만으로도 한참이 걸리는 이 사람, TV에서는 ‘고 변호사’로 가장 잘 알려진 한나라당 고승덕 국회의원(서초을)이다.
‘깐깐하고, 똑 부러지고, 약간은 오만하겠지…’ 선입견을 갖고 의원회관 그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가 출연한 <솔로몬의 선택> 같은 방송을 본 적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입주한지 3개월째인 그의 의원회관 사무실 번호를 헷갈릴만큼 덤벙대기(?)까지 했고, 얼마 전 다녀온 휴양지 사진을 기자에게 스스럼없이 보여줄 만큼 소탈하고, 겸손했다. 그러나 그는 길지 않은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차례 급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성공신화’의 상징인 고 의원에게 신앙과 노력, 그리고 성공에 대해 물었다.
-고시공부를 하다가 처음 교회를 다니게 되셨죠.
“제가 체험해 보니, 하나님을 믿는다는 게 일반 사람에게는 쉽지 않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분이신데 보이지 않는 것을 믿기도 쉽지가 않고, 미래라는 게 확실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님을 믿는 건 미래에 대한 보장이잖아요? 그게 좀 어려웠어요.
제 자신도 항상 보이는 세상을 더 믿고 살아왔지만, 공부하면서 인간이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인간의 한계랄까, 공부한다고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의심이 들면 참을성과 미래에 대한 열정이 있어도 어려워지죠. 쉬운 말로 제게 수호신이 있어서 열심히 하면 이뤄진다는 확신도 주고, 모자라는 부분도 보충해줄 수 있는…. 그래서 성경을 읽게 됐고, 읽으면서 제가 찾던 그 존재가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였죠. 하나님 믿고 난 후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큰 도움이 있었고, 확신 같은 것도 많이 생겨서 잘 살고 있습니다.”
-‘한계를 느꼈다’고 하시니 의외네요.
“안 되게 하는 일을 되게 한다는 게 엄청난 거에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거죠…. 너무 엄청나서 못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기적도 있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런 것들이 현대 과학이나 학교교육만을 배운 사람들에게는 좀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이렇게 좋은 기독교가, 지금 왜 이렇게 비판받고 있는 걸까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이 세상 속에 들어가서 사는 거잖아요. 세상의 원리와 하나님의 원리가 다른 부분에서 갈등도 하고 어떻게 풀까 고민도 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사랑 속에서 풀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하나님은 믿는 사람들에게만 비를 내려주시는 게 아니잖아요(그는 이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안 믿는 사람들도 사실 믿을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고요. 그래서 포용력이 필요하죠.
요셉과 다니엘처럼 공직생활 지혜롭게 했으면…
저 같은 경우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이질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 속에 세상적인 게 많을 수도 있고, 그럴 때 믿음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갖고 들어왔지만 또 나름 국회의원으로서 잘 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죠. 이걸 어떻게 조화롭게 할지, 하나님께서도 제가 잘 되기를 바라실테니 하나님 뜻을 잘 지키면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다니엘과 요셉처럼 지혜롭고 조화롭게, 이 두 사람은 이방인의 시스템에서도 신앙을 잘 지키면서 축복을 받았잖아요? 기독교인들이 믿음을 지키는 것과 세상과의 조화를 잘 생각해야 하겠죠.”
-그렇다면 고 의원님은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고민이 있으신가요.
“술만 해도 그래요. 저는 원래 술을 잘 못해요. 알콜이 몸에서 분해가 안 돼요(웃음). 그런데 이쪽 세상(정치)은 폭탄주가 저녁 먹을 때 반찬처럼 껴요. 당연한 습관이나 예절처럼 돼 있죠.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안 먹으려 노력하죠. 저만큼 폭탄주 적게 먹은 국회의원도 없을 거에요. 저는 일단 종교적인 부분보다 건강에 안 맞아서 꽤 이해를 얻고 있어요.
그래서 매주 한 번씩 목사님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있어요. 일주일간 삶을 나누고, 어려운 부분 함께 기도하죠. 성경을 자주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다시 성경을 열심히 읽으려고 해요. 정치라는 게 불확실한 영역이라 정신적으로 상당히 스트레스가 많고 안정감이 없거든요. 그래서 잠언 같은 것 열심히 읽죠. 특히 말 실수 하면 안 되잖아요.”
-노력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으실텐데, 크리스천들이 기도만 하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가끔 봅니다.
“노력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확률은 높아지죠. 저도 인생을 살면서 노력했을 때 훨씬 나은 결과가 나타났죠. 왜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대개 미래에 대한 꿈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꿈’은 먼 세월이 지난 다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 꿈을 현실로 느끼지 못하잖아요.
청소년들에게 자주 얘기합니다. ‘현재 모습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요. 공부하다 보면 머리를 제대로 못 빗을 수도 있고, 아무렇게나 입고 다닐 수도 있잖아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초라하다거나 체면이 안 선다 생각하면 부끄럽게 되고, 자꾸 그런 데 신경이 쓰이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현재 모습이 아니라, 10-20년 후 내 모습을 그려보고 그 모습이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모습이 부끄럽지 않겠죠. 저도 그랬어요. 미래 모습을 떠올리면서 즐거워했지 현재 내 모습을 멋있게 보이려 한 적이 없었죠. 노력은 꿈이 전제돼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꿈을 갖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열정이 스스로 생기거든요. 막연히 ‘공부를 몇 시간 하고 책을 읽고…’ 이렇게 해서는 노력이 나올 수 없습니다.
특히 하나님 믿는 사람들에게는 ‘믿고 기도하고’ 노력하면 이뤄진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일단 보이지 않는 걸 믿어야죠. 꿈이 그렇잖아요. 단순히 속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게 아니라, 기도해야죠. 기도라는 건 매일 내 목표와 꿈을 되새기고 이뤄진다고 믿는 자기 암시가 들어가는 거에요. 거기서 확신이 나오는 것이고요.
안 믿는 사람들은 기도를 우습게 생각하죠. ‘기도한다고 세상이 달라지냐’고들 하지만, 저는 분명히 기도했을 때 이뤄지는 게 너무나 많았어요. 시간이 조금 걸렸을지는 몰라도 대부분 이뤄 주셨어요. 그래서 기도가 참 중요합니다.”
-노력 못지않게 기도를 강조하시네요.
“정말 믿고 기도해야죠. 사실 고시공부 하면 다른 생각할 시간이 없거든요. 하지만 매일 30분 정도는 성경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확신을 증폭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눈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분명히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으면서 확신을 갖고 노력해야죠. 이게 굉장히 커요. 보이지 않는 세상을 다들 불안해 하니까 불안감이 들고, 될지 안 될지가 불확실하면 노력하지 못해요. 심해지면 스스로 포기하게 돼죠.
“고시공부 할 때도 믿고 공부하는 사람이 다 되더라”
제가 고시에 합격할 당시에는 확률이 정말 낮았어요. 고만고만한 15000명 중에 1백명도 안 뽑았으니까요. 그러면 공부한다고 될까, 이런 생각 많이 들죠.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어느 정도까지 해야 되나, 그런 생각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된다고 믿었던 사람이 다 되더라고요.”
-여러 화려한 경력이 있으신데, 의원님이 생각하시는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고 의원은 “개인적으로 봤을 때 국회의원은 이익이 남지 않는 자리지만, 국민들께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범 기자
“자기가 성공했다고 느끼면 성공한 거에요. 주관적인 거죠. 무엇이든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이 있으면 아직 성공하지 못한 거죠. 제 경우는 꿈과 목표를 갖고 추진했던 부분들이 시간은 걸렸지만 거의 다 이뤄졌어요. 꿈은 종착점이 없잖아요? 죽을 때까지 꾸는 게 꿈이죠. 시간이 많이 걸려도 다 이뤄져요. 하지만 인생을 살 때, 오늘과 내일이 당장 달라지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를 놀았든, 열심히 살았든 내일 눈 떠 보면 당장은 똑같아요.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달라져 있는 거죠. 저는 그것을 믿습니다.
신앙도 그렇죠. 기도하면 한 순간에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꿈을 꾸면서 계속 기도하는 경우도 있죠. 돌이켜 보면 당시에는 까마득하게 보였던 일들이었지만 하나님께서 다 이뤄주신 거에요. 믿는 분들께도 내일 당장 달라질 것을 바라지 말고, 10년이 지나고 돌이켜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네요.”
-정말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나’요?
“구하면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걸 먼저 믿어야죠. 성경에도 하나님이 주실 것만 기다리는 사람보다는 먼저 묻고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 사랑받았어요. 그러니까 구하는 게 중요하죠. 구한다는 건 결국 꿈이죠. 꿈, 비전이 같은 말인데 젊을수록 10-20년 후 달라질 모습을 꿈꿔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좋은 나라라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요.
당장은 취직이 안 되고 몇 년간은 어디서 일해도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많아요. 그 속에서 매너리즘이나 습성에 젖어버리면 그렇게 인생이 진행되겠죠. 그렇지 않고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고, 되고싶은 인물을 꿈꾸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하는 것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꿈을 꾸고 노력하는 거죠. 그런 인생이 굉장히 힘들고 지루해 보이지만, 믿고 기도하면 그런 스트레스나 불안감은 극복할 수 있어요. 그렇게 살아간다면 10-20년 후에는 ‘아, 괜찮은 삶이구나’ 하고 느낄 거에요.
현실이 답답하고 마음에 안 들수록, 절망하거나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이것 때문에 인생을 살 원동력이 생기는구나’ 하고 생각하세요. 세상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부분에 대해 바꿔야겠다는 꿈과 비전이 생기겠죠.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핑계에 불과해요. 저도 굶지는 않았지만 용돈도 별로 없었고 학원이나 과외 같은 건 꿈도 못 꿨어요. 그 때는 불만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인생의 성공과는 별 상관이 없었어요. 다 하기 나름이에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주목받는 자리에 계셨는데, 그런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방송 시작한지가 벌써 12년 됐죠. 지금은 어딜 가나 다 알아봐요. 얼마 전 잠깐 외국을 나갔는데 거기서도 다 알아보더라니까요. 그래서 ‘내가 세상에서 숨을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애물을 삶의 원동력으로”
하지만 하나님 믿고 방송하면서 이제 어떤 면을 남이 보더라도 창피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하나님이 저를 늘 쳐다보고 계시잖아요? 나만 문 닫아 걸고서 ‘이건 내가 하겠다’ 이런 모습을 다 없앴어요.”
-정치라는 분야는 학창시절처럼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게 많을텐데요. 더구나 정치는 ‘봉사’이지요.
“맞습니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죠. 열심히 하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사실 국회의원은 정해진 일이 없어요. 법률을 만들고 위원회 활동을 하지만, 숙제처럼 해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스스로 찾아서 해야죠. 법률 만드는 일도 ‘이게 잘못된 법이다’ 하는 걸 발견하고 나서는 것이고요. 쉽게 말해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해야 할 일만 한다’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둥그런 회의실에 앉아있어야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그 회의를 준비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정부로부터 업무보고 받고, 정부에서 원하는 입법을 검토해서 이게 올바른 입법인지, 정치적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이해가 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 검토하는 일이죠.
사실 국회가 한 달간 공전돼서 첫달 세비를 반납했어요. 반납하면서도 놀면서 반납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떳떳하지 못해서 반납했죠. 점심 굶는 청소년들 위한 것이었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학생이 편지를 보내와서 아까도 읽고 있었지요.”
-이제 두 달째인데, 어떠세요.
“처음 해 보는 거라(웃음)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하는 일은 아니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움직이는 만큼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이 활동하려고 해요.
제가 변호사 할 때는 법률 해석이 큰 부분을 차지했었어요. 몇조 몇항 때문에 이것은 안 된다 이런 의견 드리고 했는데, 지금은 법 때문에 안 된다가 아니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생각이 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 갖고, 어떻게 하면 될까 많이 생각합니다. 국민들께 말로 행복하게 해 주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말로 언짢게도 하지 않아야겠지만, 적어도 실적을 쌓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죠.”
-크리스천 정치인으로서 사명감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답습하지 말자, 이런 다짐을 합니다. 금전 문제나 접대를 받는 부분에서 실수 없이, 부끄러움 없이 하자고 생각하죠.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늘 생각하려 해요.
“기존 정치인 고정관념 없애는 국회의원 되고파”
하지만 기독교 편향 시비가 생겨서는 안 되겠죠. 법률을 만들거나 공인으로서 행동할 때 그런 시비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죠. 사적으로는 열심히 신앙생활 해야겠지만요.”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나눌 기도제목이 있으시다면.
“소극적인 부분에서는 말과 행동에서 실수하지 않게 해 달라는 거에요. 정치인들이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이 굉장히 비난 대상이 되는 게 많아요. 목사님들께도 그런 기도부탁 드리거든요. 국민들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사소한 것 때문에 사람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 다들 기도해 달라고요.
적극적인 부분에서는 기왕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국민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