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학내 공권력 투입과 학생고발, 한신대 민주주의 짓밟아”

한신대 신학부 교수 8명, 성명 통해 공권력 투입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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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한신대 전경

오는 27일(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101회 총회에서 한신대 총장 인준 절차가 예고된 가운데 류장현 교수 외 한신대 신학부 교수 7명은 11일(일) 성명을 내고 총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공권력 투입을 강하게 성토했다.

신학부 교수들은 "전체 교수회의를 통하여 선출된 총장 후보가 이사회에 의해 선임되는 대학 민주주의 전통을 확립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에서 최초로 교수, 학생, 직원, 학교 당국이 참여하는 4자 협의회를 통하여 공동결정을 내리고 협치의 정신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왔다"며 "최근 총장 선출 과정에서 공권력 투입 요청과 고발 사태는 이러한 한신대의 빛나는 민주주의 전통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사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1) 공권력 학내 투입에 대한 한신대 이사장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2) 학생들에게 폭력 행사한 당사자들의 사과 3) 학교 당국의 학생 사찰의혹에 대한 경위 설명과 사과 4) 학내 민주주의 형성의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위한 이사회, 학교, 교수협의회, 학생회 직원노조 등이 참여하는 원탁회의 구성 등 4개 항을 제안했다.

한신대 총장 선임 갈등과 관련, 경기중부노회는 총장선출결의 무효 및 강성영 총장 서리 자진사퇴 촉구 결의안과 한신학원 이사회 이사 감사 자진 총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을 헌의안으로 내놓은 상태다.

아래는 신학부 교수들이 내놓은 성명 전문이다.

학내 민주주의 전통을 수호하기 위한 신학부 교수들의 성명

오늘 한신대학교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위기는 종립사학으로 세워진 한신대학교가 건학이념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대학을 자본과 시장의 요구에 굴복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대학 구조조정 조치에 굴복한 데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러한 대학의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대학 리더십이 와해된 뒤에 민주적인 리더십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최근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학내 갈등과 국가 공권력의 투입은 한신대학교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중대한 사태이다. 지난 3월 말에 총장을 선출하는 이사회의 결정에 항의하고 납득할 만한 답변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는 이사회의 요청을 받아 투입된 경찰 병력에 의해 진압되고, 이사회에 의해 고발된 26명의 학생들과 1명의 교수는 경찰의 강제수사 끝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학생처는 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하여 작성한 문건을 수사당국에 넘겨주기까지 하였다.

한신대학교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한 빛나는 전통을 지니고 있고, 전체 교수회의를 통하여 선출된 총장 후보가 이사회에 의해 선임되는 대학 민주주의 전통을 확립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에서 최초로 교수, 학생, 직원, 학교 당국이 참여하는 4자 협의회를 통하여 공동결정을 내리고 협치의 정신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왔다. 최근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공권력 투입 요청과 고발 사태는 이러한 한신대학교의 빛나는 민주주의 전통을 짓밟았다. 총장의 선출이 이사회의 고유권한이고 정관 규정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적법성 주장은 대학 리더십을 민주적으로 형성하라는 한신대학교 안팎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일면적인 주장일 뿐이고, 리더십 형성의 정당성을 확보하라는 계명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있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학생들의 시위가 거칠고 누가 보아도 과도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민주적 시민의 덕성을 함양하도록 훈련시키는 대학교의 운영자인 이사회가 그 학생들을 대화로 설득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급기야 공권력을 빌려 학생들을 억누르고 수사당국에 특수감금죄로 고발한 것은 전혀 교육적인 처사가 아니다. 대학은 아직 미숙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훈련시켜 성숙한 전인적 주체로 형성하여야 할 책무가 있고, 그 책무를 수행하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교육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사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감하고 있는 신학교수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적시에 의견을 모아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한신의 민주주의 전통을 짓밟는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학내 민주주의를 신장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정당성 있게 수립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공권력을 학내에 불러들이고 26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를 수사당국에 고발한 일에 대해 이사장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확약할 것.

둘째,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들은 사과할 것.

셋째,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그 기록을 수사당국에 넘겨준 경위를 밝히고, 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확약할 것.

넷째, 대학 리더십을 민주적으로 정당성 있게 형성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이사회, 학교당국, 교수협의회, 학생회, 직원노조 등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조속한 시일 안에 구성하고 정관과 정관 시행세칙을 개정하여 2018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인준을 받을 것.

2016년 9월 11일

한신대학교 신학부 교수
강원돈, 권명수, 김애영, 김윤규, 김주한, 류장현, 박경철, 연규홍, 이향명, 최성일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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