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 되짚어 보기] 유사 이래 최고 지진 한반도 덮치던 날

정부·언론 세월호 참사 때와 똑같은 무능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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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JTBC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경주에 사는 시청자 허수경 씨는 JTBC뉴스룸과 인터뷰를 통해 현지 상황을 생생히 알리는 한편, 재난대비 체계의 허술함도 지적했다.

실로 아찔했다. 어제(9/12) 오후 8시30분 쯤 을 시청하던 도중 앵커와 인터뷰하던 시청자 한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더 큰 지진이 이제 금방 일어났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기자가 사는 아파트 방 전체가 좌우로 5초간 흔들렸다. 지진 발생지는 경북 경주였고, 기자는 충남 천안에 사는 데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가 천안까지 미친 것이다. 황급히 SNS타임라인을 훑어봤다. 이곳에서도 온통 지진을 느꼈다는 글로 뒤덮였다.

기상청 공식발표에 따르면 12일 오후 7시44분쯤 경북 경주시 남서쪽 8km 지역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그리고 오후 8시32분쯤 같은 지역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그동안 한반도는 지진안전지대로 꼽혔다. 그러나 어제 두 차례의 지진으로 한반도는 이제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어제 지진이 리히터 규모 5.8이었다고 하니, 2011년 발생한 리히터 규모 9의 일본 도호쿠 대지진이 얼마나 엄청난 공포를 몰고 왔는지 조금 짐작이 갔다.

그런데, 더욱 공포를 자아내게 한 장본인은 바로 정부와 언론이었다. JTBC뉴스룸은 뉴스 시작에서 지진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점차 상황이 심각해지자 준비한 뉴스를 취소하고 즉각 지진 대비방송으로 전환했다. 지진 발생지인 경주에 취재기자를 보내 현장 상황을 전하도록 조치하는가 하면, 경주를 비롯해 타지역 시청자와 전화연결을 시도해 밑바닥 민심에 귀기울였다.

반면 공영방송 KBS는 같은 시각 드라마를 방송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KBS는 지진 발생 다음 날인 13일(화) 입장자료를 통해 "정확한 정보 취재와 확인, 현장 취재를 통해 속보방송을 준비하고 속보 내용이 준비되는 대로 즉각 정규방송을 중단하며 재난방송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JTBC뉴스룸이 발 빠르게 지진대비 방송 체제로 전환한 점을 감안해 본다면, KBS의 해명은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잇다른 정부 기능 오작동, 정부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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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일본 ‘에코와치’ 트위터 계정 갈무리 )
일본은 경주에서 지진이 나자 트위터에 사건 발생 48초만에 속보를 띄웠다. 사고발생 지점과 리히터 규모, 발생시각 등 한 눈에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

지진이 나던 그 시각 정부는 제대로 작동했을까? 답은 ‘아니오'다. 관할부처인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 돼 여론의 공분을 샀다. 접속자 폭주 탓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재난 같은 최악의 상황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지진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접속이 폭주할테고, 그래서 폭주로 인한 마비를 사전에 차단할 장치를 갖춰 놓았어야 했다는 말이다. 더구나 대형 재난 대비엔 정확한 정보가 생명이다. 그러나 국민안전처는 이 같은 대비 조차 마련해 놓지 못했다. 최초 지진 발생시점인 오후 7시44분부터 두 시간 동안 이곳 홈페이지는 전혀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안전처가 어떤 부처일까?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대처와 인명구조를 위해 해경을 해체하면서까지 신설된 부처 아니었던가? 그런 부처가 긴급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을 못했으니, 국민으로선 정부만 바라보다 지진이나 다른 재난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이웃 일본은 확실히 지진 대비에 한 수 위다. 한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불과 48초만에 속보를 내보냈다. 그뿐만 아니다. 지진 발생지와 규모 등을 정확한 수치를 곁들여 가며 세세히 알렸다. 특히 지진 발생시각은 초단위까지 들어맞았다.

제2의 후쿠시마 사고 대비 필요해

이번 지진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지점은 바로 ‘핵 안전'이다. 지진 발생지는 월성핵발전소와 27km 떨어진 곳이고, 고리핵발전소, 울진핵발전소 등 핵발전소 밀집 지역이었다. 만에 하나 지진 혹은 쓰나미가 이곳을 덮쳤다면 곧장 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원전관리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내진 설계기준 지진값인 0.2g보다는 작지만 자체 절차에 따라 정지기준인 지진 분석값 0.1g를 초과한 월성 1~4호기에 대해 추가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의 주장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까? 시민단체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13일(화) 성명을 통해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부산, 울산, 경주, 울진 등 한반도 역사 지진기록에서 큰규모의 지진이 계속해서 발생했던 지역"이라면서 "이 지역은 양산단층대, 울산단층대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활성단층이 집중되어 있어 지진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사고도 규모 7.9의 내진설계를 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9.0의 대지진에 참사를 피할 수 없었다"며 유사 사태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재차 한반도에 지진이 발생해 후쿠시마와 유사한 원전 사고가 벌어진다면, 그 피해규모는 어떨까? 지금 정부와 언론의 태도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일본에서 난 지진 규모의 절반 정도 지진이 한국에서 나면 피해 규모는 일본의 20배쯤 될 것 같다. 정말 지진대비에 관한 한, 일본의 절반만 따라갔으면 아무 걱정이 없겠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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