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 시리아 내전 등에 밀린 감이 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은 중동 문제의 핵심 쟁점이다. 따지고 보면 중동 정치의 난맥상은 이-팔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특히 강경 보수파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집권하면서 이-팔을 가르는 장벽 건설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은 고사 지경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심각성에도, 이-팔 갈등은 우리에겐 먼 나라에서 불거지는 분쟁 중 하나 정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위원장 윤길수 목사)는 팔레스타인 현지에 파송된 에큐메니컬 동역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점령되지 않은 신앙 -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이 겪는 고난』을 번역, 출간했다.
에큐메니컬 동역자들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에큐메니컬 동반자 프로그램'(EAPPI)을 통해 팔레스타인 현지에 파견돼 현지에 머물며 취약계층 보호, 인권침해 실태 파악 등의 활동을 한뒤 자신들의 경험을 엮어 'Faith Under Occupation'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점령되지 않은 신앙』은 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NCCK 정평위 부위원장인 남재영 목사는 23일(금)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출판 설명회에서 이 책을 "장벽을 부여잡고 눈물 흘리면서도 돌아서지 않은 신앙인들의 이야기"라고 요약했다. 남 목사는 그러면서 이 책을 통해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 현실이 겹쳐 보였다'는 취지로 발언 했다. 남 목사의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익숙한 장면들이 나와 기시감마저 든다. 왜 그럴까? 팔레스타인 장벽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통해 남북분단이란 장벽 아래 수많은 민중들이 겪었던 고통을 본다. 또 이 책을 보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성찰하지 않는 신앙은 어느 면에서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이 겪는 고난을 외면하고 장벽을 쌓는 데 협력하는 기독 시오니스트에게서 반공 이데올로기에 젖은 이 나라 보수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 목사는 발언을 마치면서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이 훼손되는 현실을 이 책을 통해 공감하고, 함께 기도로 연대할 수 있기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NCCK는 25일(월)부터 다음 달 1일(토)까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세계 기도주간"으로 지켜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향후 EAPPI를 통해 팔레스타인 상황을 파악하고, 실상을 증언해 줄 동반자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매년 9월 세째 주간을 세계 기도주간으로 지켜 왔으며, NCCK는 2015년부터 동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