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신도) 100만 남짓한 군소 교단인 원불교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 배치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데 그 결기가 예사롭지 않다.
원불교는 사드 배치 예정지로 경북 성주군이 결정되자 지역 대책위 구성 단계에서 적극 참여했다. 지난 7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할 때 예정지는 성주 성산포대였다. 그러다 성주 군민의 반발이 거세자 8월 대통령이 먼저 ‘제3부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롯데 골프장이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지난 달 30일 국방부는 롯데 골프장을 최종 부지로 확정 발표했다. 이러자 원불교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달 5일 원불교는 ‘사드철회 및 성주성지 수호 원불교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렸다. 그리고 행동 무대를 서울로 옮겨 국방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추석을 목전에 둔 지난 달 12일 원불교 교무(성직자) 및 교도 500여 명은 사드배치 반대 평화침묵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빗줄기가 강하게 내렸지만 기도회 참여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국방부의 제3부지 발표가 있은 후 원불교는 국방부 앞에서 매일 평화 염원 기도회를 갖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5일 오전 현장에 모인 교무와 교도 약 20여 명은 침묵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원불교계가 사드 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성지수호다. 사드 부지로 확정된 성주군 초전면이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수제자이자 평화의 성자로 추앙받는 정산 송규 종사의 탄생지다. 오해도 없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A교무는 "일각에서는 성지에 엄청난 재산을 쌓아 놓고 있어서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불교는 군소 교단이어서 재산이 많지 않다. 성주군 초전면은 원불교 성자가 나고 자란 상징성이 있고, 그래서 종교 성지 수호는 종교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화는 모든 종교의 지향점
두 번째 반대이유는 ‘평화'다. B교무는 "원불교의 사드 반대가 직접적으로는 성지 수호라는, 일정 수준 종단의 이해관계에서 출발했지만 그 방향은 평화"라고 잘라 말했다. B교무는 이렇게 말을 이어나갔다.
"원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의 근본적 가치는 인간 사랑과 세상의 평화다. 이 점에서 모든 종교가 일치한다는 생각이다. 원불교는 평화를 지향하며 행동에 나섰다. 다른 종교도 우리와 함께 연대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불교는 사드 배치 철회를 이끌어 낼 때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일단 오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원-피스(One-Peace) 종교·시민 평화결사'를 개최한다. 국방부 앞 평화기도회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 교무에게 '기도회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하고 물었다. 그 교무는 "사드가 고향인 미국으로 갈 때까지"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