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정의 힘

정태기 목사 / 크리스찬치유상담연구원 원장

부모가 싸울 때면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쌓였습니다. 그 싸움 끝에 어머니가 고무신도 제대로 신지 않으신 채 휑하니 집이라도 나가버릴 때의 내 마음 속의 그 절망감과 나락은 너무나 크고 깊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엄마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상실감과 두려움으로… 우리 사남매에게 그때의 공포와 불안은 오십여 년이 지난 지금의 기억에도 생생히 각인되어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란 존재는 그 아이들의 삶에 있어 전부로 느껴지며 절대적 영향을 끼칩니다. 더욱이 요즈음처럼 이웃이 때로는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시대에 부모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큽니다. 그러기에 아이들의 성장에 부부의 삶만큼 중요한 교재는 없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하나님으로부터 ‘가능성’이라는 그릇을 받습니다. 이 가능성의 그릇은 숨겨진 보물로서 사랑이 있는 가정에서 교육을 통해 크게 자랄 수도, 깨어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교육의 영어 어원(education; e = 밖으로 ducere = 이끌어 낸다)처럼 아이들에게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정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이 가정은 따뜻한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지 자녀들이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배워나가는 장소입니다. 가정에서 자녀들은 두려움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인생이라는 장을 부딪혀볼 수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자녀들은 자신이 어떠한 존재임을 배우고 집을 떠나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용기를 키울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장소입니다.

하나님은 천지만물 창조 후 제일 먼저 가정을 세우셨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을 가정에서 부모가 만들도록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가정은 하나님의 위임을 받고 인간을 키워 사회에 내어 보내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정은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 가는 기둥입니다. 학교, 교회, 사회, 국가, 이 모든 것의 터전이 가정입니다. 그러기에 가정이 병들고 흔들리면 그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조직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가정의 모습이 어떠해야함을 예수님은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탕자는 아버지의 재산 중 자신의 유산을 타내었습니다. 그 당시 유대지방에서는 아버지가 죽지 않으면 유산을 물려받지 못하는 풍습이 있었기에 아버지가 죽기 전에 유산을 요구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비를 욕되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아들은 며칠이 못되어 재물을 다 모아가지고 먼 나라로 갑니다. 낯선 타지에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만족을 줄수 있다 여겨지는 것을 찾아 즐깁니다. 얼마못가 재산은 그 바닥을 드러내고 궁핍한 그의 삶은 너무 가난하다못해 돼지가 먹는 쥐엄열매로 배를 채우려고 해도 그것조차 먹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이 상황은 그의 삶에 있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위기의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이때 탕자의 결정은 너무나 중요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나락으로 빠지는 결정을 하든가, 아니면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든가? 이때 탕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성경에서 결말을 알 듯이 그의 선택은 탁월했고 행복한 결말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도 상상해봅니다. 만약 탕자의 가정이 매일 싸우는 소리로 끊이지 않는 집안이었다면… 돌아온 아들을 몽둥이질로 가출의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고 이를 갈고 있는 아버지가 있는 집이었다면… 탕자는 돌아와서도 어떠한 안식도 누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아마 이 탕자는 아버지에게 오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의 결말이,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훔치는 강도와 도둑질로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는 삶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가정을 통해 어머니를 만나고 아버지를 만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어떠한 사랑이라는 것을 배워가기도 합니다. 부모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선물입니다. 온전한 부모의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거저 주는 하나님의 사랑에 가깝습니다. 긍휼의 사랑으로 표상되는 부모의 사랑은 하나님의 긍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닮아 있습니다. 끊을래야 끊어질 수 없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닮아 있습니다.

- 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였거니와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찌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
(이사야 49장 14-16절) -

이 땅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전폭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플라톤은 의문에 직면했습니다. 똑같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왜 삶을 그렇게 다르게 살아가는가? 플라톤은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살 수 밖에 없는 놀라운 원인으로 그 뿌리는 가정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플라톤의 ‘가정 사다리 이론’입니다.
가정이란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두 기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집단입니다. 두 기둥이 양쪽에 튼튼하게 서 있을 때,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안정감을 갖습니다. 또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깊이 이해하고, 존경하며, 사랑하는 관계일 때, 아버지 기둥과 어머니 기둥사이에 여러 개의 사랑의 사닥다리가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이어진 사랑의 사닥다리로 오르내리며 살 수 있을 때, 정신도 영도 몸도 함께 건강해집니다.

반면에 어머니 기둥과 아버지 기둥사이에 불화가 있으면 자연히 어머니 아버지 사이에 이어진 사랑의 사닥다리도 함께 흔들립니다. 사랑의 사닥다리도 함께 흔들리며 그 사닥다리를 붙들고 놀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있는 아이들은, 흔들리는 사닥다리에 달라붙어 불안해하며 떨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톤이 발견한 것은 인생의 성공여부, 그리고 행복의 여부가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사랑의 강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이어진 사랑의 사닥다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오르내리며 즐겼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기둥과 아버지 기둥간의 사랑 사닥다리를 즐기는 시간만큼 사람의 폭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교육을 받은 제자들 가운데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의 사닥다리를 충분히 즐기며 성장했던 제자들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사는 반면 어머니 아버지 사랑사닥다리를 즐기지 못하고 불안에 떨었던 제자들은 그들이 가진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관계가 나빠서 가정 분위기가 흔들리고 불안하면 아이의 큰 그릇은 점점 위축됩니다. 또한 너무 심하게 가정이 흔들리면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런 마음의 그릇을 가진 사람은 건강한 일, 모든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 창의적인 일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쉽게 절망하고, 쉽게 흔들리고, 쉽게 쓰러집니다. 그렇기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조그마한 난관에도 금방 쓰러집니다. 예수님의 비유에서 탕자가 극심한 어려움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부모의 사랑, 자신을 기다려주는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탕자가 절망의 삶 앞에서도 다시 새로운 삶을 제기하며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내치지 않을 부모의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 가운데서도 꿋꿋이 살아가기를 원하십니까? 그것은 부모가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힘을 줄 때 아이들은 다시 어려움 가운데서도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 험한 세상 가운데 당신의 자녀들이 낙심 가운데 무릎 꿇지 않고 살기를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부모들이 서로 사랑하며 인생의 풍랑을 협력하여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우리 인생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이 세상에 나옵니다. 그런데 따뜻한 가정의 토대가 없는 이들은 삶이 광야에 내몰리는 느낌을 갖습니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그 삶의 여유와 안식을 갖듯이 세상이라는 여정 속에서 사람들은 가족간의 유대 속에서 삶의 안식을 얻습니다. 이것이 행복 만들기의 가장 기본적 토대입니다. 천국의 삶은 저 하늘 너머, 우리의 죽음 너머에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도 천국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은 부부간의 사랑 만들기에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가족간의 사랑 만들기를 위해 얼마나 애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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