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달 25일 숨을 거둔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데 대해 백남기투쟁본부(아래 투쟁본부)는 13일(목) "절대 부검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은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 협의 3차 시한이었고,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투쟁본부와 유가족은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맞섰다. 투쟁본부는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홍 서장의 방문을 "영장 집행 조건을 이행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고 백남기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영장발부행위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유족들의 사체처분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발부된 형장의 효력을 심판청구 결정 선고시까지 정지시켜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함께 접수했다.
변호인단은 "국가폭력의 가해자가 다시 한 번 부검이란 이름으로 고인의 사체를 훼손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고인과 유족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투쟁본부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 협의 요구 3차 시한인 오늘,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에는 응할 수 없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사인은 명확하고, 증거는 확실하며, 따라서 부검은 불필요합니다. 또한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이들 손에 시신을 다시 맡길 수 없다"는 유족 분들의 의사도 확고합니다.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힙니다. 우리는 부검을 전제로 한 경찰 당국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유족들의 의사는 정면으로 무시하면서 날짜만 변경한 똑같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언론에는 "최대한 대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라는 말을 하는 경찰의 앞뒤다른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합니다. 참고할 목적으로 요구한 영장 전문 공개조차 거부하면서 유족과 대리인들에게 "긴밀한 협의" 하자는 식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기만적 행태는 중단하기 바랍니다.
절대로 부검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부검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사인을 바꿔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합리적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이 끝내 영장 집행을 강행한다면, 유족과 투쟁본부는 국민들과 함께 있는 힘을 다해 막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