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고 칭송한 개신교 목회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박 대통령 임기 내내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 등은 개성공단 폐쇄, 역사 교과서 국정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같은 민감한 쟁점 현안이 떠오를 때마다 정부를 일방적으로 변호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또 올해 3월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소강석 목사는 "각자의 생각이 다른 5천만 명을 섬기고 수백 개국과 정상외교를 해야 하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정운영을 하시는 대통령님께서는 얼마나 힘들고 고달프실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워 여론의 빈축을 샀다.
그러다 최순실이 비선실세로 군림하며 국정에 개입하고, 특히 그가 사이비 종교인인 고 최태민 목사의 딸로 예지몽 능력이 뛰어났고, 박 대통령이 그에게 기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 개신교계가 대통령을 두둔하고 찬양한데 대해 회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인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장은 자신의 SNS에 "개신교에서 얼마전 국가조찬기도회를 열어 박근혜를 초대했었다. 3,000명 모여 갖은 아양을 떨었다. 그때 거기 있던 목사들에게 묻고 싶다. 최순실 박근혜 저 꼴 보고 뭐 느끼는게 없는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양심도 없는가"라며 개신교계를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가톨릭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아래는 김 편집장의 글이다.
"박근혜는 성심수녀회가 운영하는 여중과 여고를 다녔고, 예수회가 운영하는 서강대를 졸업했다. 박근혜의 학창 시절 무려 10년을 가톨릭학교에 다닌 것이다. 가톨릭 세례도 받았다. 서강대 재학중 그리스도교 신앙 입문, 교회와 성사 두 과목에서 A학점도 받았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가톨릭 신앙이 아니라 무당과 미신에 푹 빠져버렸다.
누구 책임인가. 성심수녀회, 예수회, 서강대, 가톨릭은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박근혜에게 아양 떤 추기경, 주교, 신부, 수녀들. 당신들은 대체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팟캐스트 내가 복음이다 진행자인 양희삼 목사 역시 강도 높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아래는 양 목사가 SNS에 남긴 글이다.
"응답하라 박근혜를 지지했던 목사들! 최순실이 박근혜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했다는 이야기가 계속 전해진다. 왜 그랬을까?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다. 목사라고는 알려져 있지만 본디 무당이었다는 최태민의 딸 중 가장 용하다는 딸이 최순실이었다고 한다.
나라가 무당에 의해 놀아났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무당이 지시하고 허락하는대로만 말을 했다. 어떻게 이런 나라가 있을 수 있는가?
자, 이제 그를 지지했던 목사들이 답해야 한다. 세월호로 생떼 같던 수많은 아이들을 수장시키고, 백남기 어르신이 어이없게 돌아가셔도 오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지해 왔던 수많은 목사들은 이제 답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여전히 보수 기독교계는 길을 잃은 모습이다. 한기총은 27일(목) "1987년 이후 약 30년 만에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던 개헌이 최순실이라는 이름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은 이 또한 정쟁의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기총이 최순실 국정농단을 단순히 정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교연 역시 "지금 탄핵 운운하는 성난 민심을 헤아리지 못할 바는 아니나 국가적 위기 앞에서 통치권의 공백은 더 큰 위기를 자초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기문란 보다 국정공백을 더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