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이 온 나라를 뒤흔드는 가운데, 최순실과 그의 아버지 고 최태민 목사가 기독교계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잇달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금) 시사주간지 ‘시사iN'은 "사이비 영세교(영세계) 교주인 최태민씨의 종교적 후계자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최근에는 기독교에 귀의했다"고 최순실 지인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순실은 언니 최순득과 함께 2000년 부터 강남 순복음교회, 소망교회, 광림교회 등 유명 대형교회를 다녔다고 한다. 시사iN은 또 이들이 2010년부터 강남 압구정동에 소재한 예장합동교단 A교회에 적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최순실은 전 남편 정윤회, 딸 정유라(정유연으로 개명)와 이 교회를 함께 다녔고, 이 교회는 주보에 이들의 기도제목을 올렸다. 아래는 시사iN이 공개한 기도 제목들이다.
"2014 아시안게임에 당선되게 해주세요(2012년 2월19일, 정유연)"
"승마대회에서 금메달 딴 것 감사드리며 건강 주셔서 감사합니다(2012년 4월22일, 최순실 정유연)"
"삼성동 건물이 팔리게 도와주소서(2015년 4월12일, 최순득)".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 시절부터 친분을 맺어온 고 최태민 목사의 행적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이 보도됐다. 보수 기독교계의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교회언론회(아래 언론회)는 논평을 통해 "성직자의 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사람을 '목사'라 부르는 것은 정통교단 성직자에 대한 모독이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최 목사와 선긋기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CBS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 총회장을 지낸 전기영 목사와 접촉해 최 목사가 안수를 받게 된 경위를 알렸다. 전 목사는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종합총회 총회장 조OO이가 최태민에게 주술가가 돼서는 세상에 먹힐 수가 없다고 해서 목사 안수를 받을 것을 제안했고, 신학교육 과정 없이 바로 안수를 줬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종합총회는 교단법에 총회장이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당시 총회가 가난해서 10만원 받고 목사 안수를 남발할 때였다"고 증언해, 최 목사의 안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전 목사는 또 최 목사가 총재를 지낸 대한구국선교단 창설 배경에 대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체제에 대항하는 진보 기독교세력을 대항하는 단체를 만들라는 지시로 탄생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최태민 부녀와 기독교계와의 관련성은 이들의 국정농단에 기독교계도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드러내는 사실들이다. 한편으로 교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들에게 휘둘렸다는 동정론이 일고 있기는 하다. 높은뜻씨앗교회 김동호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을 "어머니가 살해 당하고 아버지마저 살해 당했을 때 그 틈을 파고 들어 온 최태민이라고 하는 영적 사기꾼에 넘어가 평생을 그에게서 떨어져 나오지 못하고 집착하고 있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영적 사기꾼'인 최태민의 신분 세탁에 기독교계가 관여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 현대사에 수치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전기영 종합총회 총회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최태민, 최순실로 이어지는 대를 잇는 국정 농단은 기독교계 책임도 적지 않다"고 일갈했다.
한편 독일, 덴마크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해오던 최순실은 30일(일) 전격 귀국했다. 검찰은 31일(월)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이 공항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하루 동안 여유를 준데 대해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