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언론에서는 연일 단독보도 등 특종을 쏟아내고 있으며 이에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시민사회단체들은 차례로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다. 개신교에서도 연세대, 한신대, 감신대, 성공회대 등에 재학 중인 신학생들이 뜻을 모아 시국선언에 동참했으며 진보를 표방한 일부 기독교 시민단체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한국교회 대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친정권적인 행보를 보여 온 보수 교계 단체들은 최순실씨의 부친 최태민씨에는 "목사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박근혜 정권의 개헌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들이 최순실 사태에 선뜻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근원적인 이유를 꼽는다면 자기들의 욕망 충족 체계에 부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자기들이 집착하는 권력욕, 명예욕을 충족시켜준 현 정권을 비판하는 것은 자기를 비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은 자기들의 잘못된 욕망을 채워왔다. 나라가 아닌 현 정권을 위한 기도이자 지지였으며 그에 따른 보상이라는 욕망 충족 체계의 완성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인간의 전적타락을 말하는 칼비니즘에 사로잡힌 교리 체계를 들 수 있다. 이들이 신봉하는 이러한 교리체계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철저히 부정하는 장치가 되어 교회의 현실 참여 의지를 꺾어 놓았다. 타락한 인간이 향할 곳은 저 세상이지, 이 세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교리지침 탓에 교인들은 목사들이 시키는 대로 그저 나라를 위해 기도할 뿐이다. '전적타락'이라는 인간의 유한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발생한 왜곡이 인간의 자유 의지를 총체적으로 더럽히고 말았다. 인간에게 죄지을 자유는 긍정하면서도 죄짓지 않을 자유는 부정해 버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이유들, 즉 목사의 자기 욕망 충족 체계, 인간의 전적타락 교설이 목사의 자기절대화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에 관한 한 신자들에게 인간의 죄성을 강조하여 타락한 죄인으로서의 자기 신분을 확인하게 하면서도 자신에게 있어서만큼은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신이 자기 형상대로 인간을 지으셨다'는 인간의 자기 초월성을 적용해 자기격상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목사의 자기반성 나아가 자기비판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최순실 사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행동'은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