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9개 교단장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NCCK교단장들은 3일(목)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선언했다.
먼저 NCCK교단장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대통령 잘못이다. 내각에게도, 당에게도, 친박에게도, 비서진에게도, 비선 실세에게도, 최태민 일가에게도 책임을 미루지 마라. 어느 누구보다 대통령의 잘못"이라면서 현 시국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어 "예수는 당시 권력자들과 종교지도자들을 지극히 사랑하셔서 지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예루살렘이 보이는 골고다 언덕 위 십자가에서 처형 당했다"며 "저희가 처형 당하는 심정으로 대통령께 마지막 기회를 드린다. 책임지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NCCK교단장들이 시국선언에서 밝힌 입장은 지난 달 26일(수) NCCK 비상시국대책회의(상임의장 김상근 목사)가 촉구한 '아픈 결단' 보다 한 단계 진전된 것이다. 그러나 교단장들은 ‘하야' 보다는 대통령의 ‘법적 책임'에 더 무게중심을 뒀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하야 말 자체엔 지극히 권위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다. 갖고 있는 권력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는 일 보다 대통령이 잘못을 수용하고, 이에 합당한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단장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아버지 고 최태민이 ‘목사'로 불리는 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은 최태민의 목사 호칭에 대해 "목사님들은 물론 성도들이 아주 불편해 한다"고 했고,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도 "어떤 기록에도 (최태민을) 목사라고 써서 천만 기독교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은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김영주 NCCK 총무는 "언론사에 목사 호칭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그가 목사안수를 받기 위한 필수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 본인이 사칭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태민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 그리고 그가 창설한 대한구국선교단에 고 강신명 새문안교회 담임목사를 비롯한 보수 교단 목사들이 다수 가담했다는 사실 등이 <한겨레신문>, CBS 등을 통해 속속 발굴되고 있다. 따라서 NCCK교단장들의 목사 호칭에 대한 거부반응은 꼬리짜르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총무는 "때로 기독교계는 정부를 위해 용비어천가도 불렀다. 이 부분에 대해서 회개한다고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NCCK는 각 교단장이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1만 명이 동참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한편, 오는 12월8일(목) 대규모 시국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시국선언엔 NCCK 이동춘 회장, 김영주 총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최기학 부총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권오륜 총회장,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 한국구세군 김필수 사령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오황동 총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