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으로서 통일운동의 자유를 획득한 늦봄 문익환 목사. 내달 2일이면 늦봄이 방북해 <4.2 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지 20주년을 맞는다.
이에 앞서 (사)통일맞이(이사장 김상근 목사)는 31일 오후 2시 ‘늦봄 문익환 방북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통일운동에 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통일운동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상근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민의 창조적 통일운동으로 평화를 일구고 통일의 꿈을 실현하자”고 했다. 그는 특히 늦봄의 방북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통일운동 지침 중에서도 “역사에 대한 사랑과 후배와 후손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첫째로 꼽았다.
▲ 31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사)통일맞이 주최 늦봄 방북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김진한 기자 |
늦봄은 당시 이런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많은 젊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조국의 민주화와 자주와 통일을 위해서 계속해서 자기들의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청춘을, 인생을 민족의 제단에 바칩니다. 그것이 얼마나 간절한 심정이냐고 하는 것을 생각할 때 빨리 통일이 되어서 젊은이들이 이렇게 자기의 목숨을 바치는 일이 없도록, 바치지 않고 오히려 조국의 발전을 위해 목숨을 바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된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김 이사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이남주 교수(성공회대 중국학과)가 ‘늦봄 방북 20년, 통일운동의 성찰과 전망’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민이 주도하는 통일운동의 문을 열어 젖혔던 늦봄의 정신을 높이샀으며 또 늦봄이 남긴 귀중한 유산으로는 두말할 나위 없이 <4.2공동성명>을 꼽았다.
이남주 교수는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기점으로 분단체제 지형에 변화가 촉발됐다고 평가했으며 그 변화는 남북이 기존 소통의 단절로부터 대화와 화해의 모드로 전환되어 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남북관계가 소통이 단절됐던 때로 복원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이 교수는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정상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의 통일운동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통일운동이 통일지상주의나 통일우선론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통일운동은 남북한 민중의 삶을 개선시키는 운동의 일환이며 통일도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만큼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밖에도 통일운동의 평화라는 가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 교수는 “남북대립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 군사적 대립이기 때문에 남북 사이의 긴장은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이상적 평화주의로 이러한 각박한 현실에 대응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정부와의 신중한 관계도 요청했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 정세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은 정부의 결단이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되며 그러한 전환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문익환이 던졌으나 아직 실현되지 못한 통일운동을 전민족적 운동으로 만들어가는 과제가 다시 우리 앞에 놓인 것”이라며 통일운동의 대중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발제를 마쳤다.
이어지는 논찬에서는 한충목 공동대표(진보연대)의 통일운동의 대중화 모색이 이목을 끌었다. 그는 ‘통일운동의 대중화,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란 주제로 논찬하며 통일운동에 대한 실천적 제언을 했다.
▲ 늦봄 문익환 목사의 모교 한신대학교의 신학대학원생이 통일운동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내놓았다 ⓒ김진한 기자 |
그는 통일운동이 대중화 되기 위해선 '남북이 풀려야 경제가 풀린다' '민생과 통일' '민생과 평화군축' 등 시대에 맞게 통일운동의 의제와 콘텐츠를 발전시키고, 창조적인 홍보, 여론 활동을 통해 국민 대중의 생활 속에 함께 하는 통일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채수일 교수(한신대)의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선 질의 및 응답 시간에 늦봄 문익환 목사의 모교 한신대학교의 신학대학원생이 통일운동에 대한 기독 청년으로서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시간도 있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제16대 학생회 회원인 이 청년은 “통일운동이 자식이 부모님의 유전을 물려받아 부모의 생김새를 닮듯이 그렇게 유전적으로 계승돼 발전될 수 있도록 논의된다면 충분히 이 통일운동이 학생사회 내에서도 대중적인 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