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 토요일, 서울 거리는 또 다시 촛불로 뒤덮였다. 지난 10월29일 이후 여섯 번째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처음 드러난 10월24일 이후 국민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집회 참여는 불편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일단 교통편이 여의치 않다. 주말마다 도심 거리엔 인파가 넘쳐나 차량 통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지하철인데 지하철은 이동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또 겨울의 찬바람을 감수 해야 하고, 화장실도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촛불집회 참여를 위해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다. 오가는 여비에 식사, 그리고 이따금씩 몸을 녹이기 위해 따듯한 음료를 한 두 잔 마시는 게 보통이다. 이 경우 1인당 소요경비는 꽤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들은 촛불을 폄하하기 급급하다. 심지어 돈을 받고 집회에 나온다는 엄청난 거짓말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거짓말을 퍼뜨렸을까?
공자는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일갈했다. 12월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국민들이 대통령 잘못 만난 죄로 주말도 없이 거리에 나서야 하니 옛 현인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공의가 바로서야 국민이 행복하다
그러나 엄중한 시기를 보내는 국민으로서 불평만 할 수는 없다. 이 나라에 공의가 바로 서야 국민은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현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혹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꿈을 잃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고 3 학생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정유라가 대통령 비선실세인 부모 잘 만난 덕으로 좁디좁은 입시관문을 가뿐히 통과하고, 대학에서도 온갖 특혜를 누린 결과다. 3일 열린 제6차 범국민행동에서 평택에서 왔다는 고3 김별희 학생의 외침 속엔 이 같은 분노가 생생히 묻어난다.
"광화문 촛불의 힘이라면 국민들이 스스로라도 국가 운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롭게 내려오는 걸 원치 않는다. 역사상 가장 부끄럽게 모멸감을 느끼며 내려오길 바란다."
참으로 참혹하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인 아이들이 꿈을 키우기보다 이 사회에 대한 분노를 먼저 느끼니 말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지금 서울 밤거리를 밝히는 촛불은 단지 함량미달의 대통령을 끌어 내리기 위해 밝혀진 것이 아니다. 사실 박 대통령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에 오르기 전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포장됐다.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여당 일각에서는 비선실세의 존재를 2007년에 이미 알아챘었다. 그럼에도 그는 국가 최고 권력을 거머쥘 수 있었다. 언론-검찰-재벌로 이어지는 기득권 체제의 암묵적 동의 덕분이다. 지금 거리를 밝히는 촛불은 이 같은 모순과 병폐를 뿌리 뽑자는 국민들의 몸부림이다. 따라서 어떤 고생이 따른다 할지라도 계속 촛불을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국민은 힘들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내려와라. 만약 대통령이 스스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9일 국회에서는 탄핵 표결이 이뤄진다. 만약 탄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치권은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경고이자 권고다. 대통령은 더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내려오라. 이게 당신이 그나마 한 조각남은 명예를 지킬 유일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