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통합(총회장 이성희) 목회자들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시국기도회를 갖고 박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했다.
설교를 맡은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 목사는 "국가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교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란 문제를 제기했다.
유 원로 목사는 "구약성서 사무엘기에 따르면 국가형성 자체가 하나님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국가는 심판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국가는 하나님 나라와 대척점에 있었다. 교회는 국가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국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앞장서 개혁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역한 정권에 아부한 목회자 있어 부끄럽다
이번 시국기도회에선 회개의 메시지도 나왔다. '대통령 퇴진을 위한 기도' 순서에서 나온 기도 중 일부다.
"이 모든 과정(비선실세 국정농단)이 벌어지기 전에 예수를 믿는 우리들이 먼저 나서서 엄중한 사실을 먼저 내다보고 외쳤어야 옳았는데 이제야 마지못해 나서게 됐다. 국민들 앞에 부끄럽고 하나님 앞에서 머리를 들 수 없다. (중략) 일부 목회자들은 교회를 대표한다면서 박근혜 정권을 찬양했다. 사사건건 이 패역한 정권에 아부하며 자신을 과시했던 목회자가 있었음이 부끄럽다."
기도에 이어진 자유발언 순서에서도 회개의 메시지는 이어졌다. 빈들교회 김규복 목사는 "만약 이 정권이 행여 계엄령을 선포한다면 목사들이 탱크 가로 막아야 한다"며 "(현 시국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교회가 회개할 방법이 없다"는 심경을 밝혔다.
젊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발언도 있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송기훈 전도사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 젊은이로서 우리는 더 이상 부정을 일삼는 권력에 어떠한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며, 추구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젊은 그리스도인들이여,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라. 비겁한 신앙 뒤에 숨어서 작금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라"고 권면했다.
기도회를 마친 목회자들은 종로5가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며 '박근혜 하야',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예장통합은 국내 최대 교세를 가진 보수 장로교단이기에, 이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시국 선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