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장공 김재준 목사의 신학사상을 공부하고자 한신대에 입학한 재일동포 김철현 씨, 그리고 김 씨와 가까이 지냈던 한신대 신학생 김명수, 전병생, 나도현 씨 등을 간첩으로 엮은 ‘한신대 간첩조작 사건' 재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고문과 구타를 당한 정황이 확인"됐고, 이에 "임의성 없는 허위자백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심을 청구한 3인방 중 충주 예함의집 김맹수 목사는 항고 이유서에서 "유신 정권은 한신대, 서울대, 고려대, 가톨릭대, 외국어대, 부산대 등에 유학온 재일동포학생들을 모두 하나로 엮어 거대한 간첩 조직망으로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이 사건을 주도한 장본인은 당시 중앙정보부(중정) 수사국장이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 목사는 김 전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간첩혐의를 뒤집어 씌웠다고 했다.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김 목사는 "동시대를 살았던 동지들, 그 분들의 삶 자체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픔과 고난을 함께 받았던 그들의 힘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그분들에게 이 기쁨과 자유의 해방감을 돌려드리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또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선 "아직도 그 분은 권력 안에 살아가고 있는데, 과거는 반드시 철저하게 단절되고, 청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