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정광용 회장이 극동방송 김장환 이사장을 만나 기도회를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CBS는 21일 정 회장과 김 이사장의 만남 소식을 전하면서 "이 만남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이 보수 교계에 기도회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부 대형교회들이 중심이 돼 구국기도회를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만남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기도회 요청에 대해선 부인했다. 극동방송 측도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 또는 박사모 등 특정인 및 단체에 의해 기도회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기도회 관련 논란은 사랑의교회에 불똥이 튀었다. 극동방송 측은 사랑의교회를 ‘대형교회'라고 지칭하며 "1월4일 예정되어 있던 나라사랑 기도회는 집회 장소로 예정됐던 교회의 요청으로 추진됐"고 "이는 어떠한 정치적 색깔이 없는 순수한 목적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였으며, 특정인을 위한 기도회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사랑의교회 측도 해명에 나섰다. 사랑의교회는 "CBS가 기사에서 언급한 이 교회는 우리 교회가 맞다"면서도 "우리가 준비하던 기도회는 기사의 내용과 다른, 정치색이 배제된 ‘순수한 기도회'였으며, 박 대통령을 포함해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위한 기도회가 아님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매주일 ‘시편 23편'의 말씀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해 온 것처럼 이번 기도회 역시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기도"라고 주장했다.
극동방송과 사랑의교회 양측 모두 순수성을 강조했지만, 나라사랑기도회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달 초 리더십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환 이사장과 김삼환 목사를 만나 조언을 구한데 이어 인천 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한 점 등 보수 기독교계에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응답이라도 하듯 지난 17일 서울 도심에서 박사모 주최로 열린 박 대통령 지지 집회엔 여의도 OOO교회, 이촌동 △△△ 교회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형교회 신도들이 대거 참여했다.
구국기도회가 박 대통령을 위한 관제 기도회로 열릴지는 미지수다. 극동방송은 CBS에 기도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혹시라도 여론의 우려대로 박 대통령 지지 집회로 진행된다면, 구국기도회는 1970년대 고 최태민 목사가 주도했던 구국선교운동의 재판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