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되짚어 보기] 요원해 보이는 사법정의

우려했던 이재용 부회장 영장기각, 현실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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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로이터 통신 보도화면 갈무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은 국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19일 새벽 기각됐다. 이미 기자는 본 지면을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만으로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적은 바 있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은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판사는 "대가성·부정청탁 소명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아래 비상국민행동)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은 차고도 넘친다"고 반박했다. 기독교계도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가 또다시 재벌 앞에 고개를 숙였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사실 법원이 비리에 연루된 재벌 기업 총수에게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건 새삼스럽지 않다. 또 설혹 처벌이 이뤄졌다고 해도 형 집행 도중 권력으로부터 ‘은전'을 받아 의기양양하게 교도소 문을 걸어 나오는 경우도 익숙하게 봐 왔다. 특히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SK 최태원 회장은 출소 시 손에 성경책을 들고 취재진 앞에 섰었다. 최 회장의 사면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하기로 약속한 뒤 이뤄진 사실이 최근 불거졌지만 말이다. 더구나 삼성은 그룹 역사상 총수가 구속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여론이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에 분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적어도 최순실 국정농단과 뒤이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와중에 이번만큼은 비리재벌이 처벌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높았다. 법원은 이런 기대를 외면한 것이다.

‘정의' 보다 ‘돈'을 쫓는 법조인들

무엇보다 법원, 그리고 검찰이 비리 재벌에 관대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판, 검사들에게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은 미래의 고객이다. 몸담고 있는 법원-검찰 조직에서 수뇌부로 승진하지 않는 이상 판, 검사들은 훗날 변호사 개업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기업 고객들은 거액의 수임료를 벌어다 줄 돈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처벌을 감경해주고 훗날을 보장 받는 것이다. 재벌 회장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퇴임 후 피의자였던 회장을 변호하는가 하면, 아예 해당 기업 임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2012년 이귀남 전 법무장관이 오리온 그룹의 상임고문으로 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리온 그룹의 담철곤 회장 부부는 2011년 초 업무상 횡령, 위임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그해 6월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사장은 입건유예됐고, 담 회장은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됐다. 검찰 수사 당시 이 전 장관은 담 회장 사건 수사의 최고 책임자였고, 자신이 지휘한 사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해당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엔 오리온 그룹이 보은과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거물 전관을 영입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많았다.

판검사들이 법복 벗고 변호사로 나서기 무섭게 비리재벌을 변호하며 거액의 수임료를 쓸어 담는 건 개인으로선 성공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궁극적으로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 행위다. 무엇보다 힘없는 서민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기댈 곳이 없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낸 ‘한눈에 보는 정부 2015'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27%(2013년 기준)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 추락은 사필귀정인 셈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최근 유행하는 말로 우리사회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은 사법부 역시 부조리의 한 축임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일단 박영수 특검은 흔들림 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민들도 특검을 응원하고 나섰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박영수특검힘내라'는 해쉬태그로 특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비리 재벌을 바로잡지 못하면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도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성공한 재벌이라도 처벌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제발 판, 검사들이 부와 명예을 쫓지 말고 정의를 쫓기를 간절히 바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라고 말씀 하시지 않았던가?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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