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 위치한 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이 학생들 앞에서 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폄하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래는 곽 교장이 지난 7일 있었던 종업식장에서 한 주요 발언이다.
"10월 언론보도가 나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12월에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엄중한 일을 국회가 처리했다. 아직 재판을 해서 죄가 되는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언론에 나온 주장을 갖고 그대로 탄핵을 밀어붙였다."
"지금 (탄핵은) 지극히 정치적인 음모에 의해 언론, 국회, 검찰, 종북세력들에 의해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 보겠다는 불순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곽 교장의 발언은 <한겨레신문>, JTBC뉴스룸 등 주요 언론을 통해 전해졌고, 즉각 반발 여론이 일었다. 현장에 있던 학생들 역시 곽 교장의 발언이 극우에 치우쳤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곽 교장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어느 편이나 누구에 대해 호불호를 말하는 것이 아닌 한 사회과학자로서, 그리고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장으로서 학생들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를 균형 잡도록 해주는 교육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해명했다.
곽 교장은 이전에도 극우 행보로 논란을 일으켰다. 2014년 1월 우편향 논란이 일었던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는가 하면, 그해 6월25일엔 점심 급식 때 학생들에 감자와 식혜만 제공했다. 이에 대해 곽 교장은 ""6·25전쟁(한국전쟁)을 기념해, 아이들에게 전쟁이 나면 이렇게 고생할 수 있다는 교육 차원에서 이런 메뉴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과 종교사학 사이의 인연
그가 현 탄핵 정국을 폄하하는 배경은 또 있다. 그가 교장으로 있는 디지텍고가 개신교계 사학이라는 점이다. 곽 교장은 서울 디지텍고의 창학 이념이 "기독교(개신교) 정신에 입각해 이타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을 키워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교육의 기본을 두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종교사학은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과 종교사학과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회 과반을 점하고 있던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학교법인 임원간 친인척 비율 축소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이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장외투쟁을 벌였다. 개신교계도 사학법 개정안이 "영성을 불어넣고 창의성을 살리는 기독교 교육의 숨통을 끊으려는 악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때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물론 진보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처음엔 찬성이었다가 입장을 바꿔 개방형 이사제 개정을 정부에 요청했다.
곽 교장이 박 대통령과 직접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정황은 아직 드러난 바 없다. 그러나 곽 교장의 탄핵 정국 폄하발언은 보수 개신교계가 박 대통령에 우호적인데다, 종교사학이 2005년 사학법 논란 당시 박 대통령에게 일정 수준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