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대로 성례전을 집행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하나님의 교회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명명백백하게 알게 됩니다.” –존 칼빈-
세계 에큐메니컬 교회들은 분병과 분잔의 예식으로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 하나되는 의식인 성만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에큐메니컬 교회에서 성만찬 담론은 아직 본격화되지 못한 상황.
이에 한국기독교장로회 신학연구소(소장 이재천)는 ‘개혁교회의 성만찬 이해 – 성만찬의 신학원리와 실제’라는 주제로 9일 연구소 2층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성만찬의 의미를 살펴보는 한편, 한국교회가 앞으로 성만찬을 어떻게 계승해야 할 것인가를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영 박사가 작성한 발제문을 바탕으로 이재천 소장이 3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했다.
◈성만찬이 갖는 의미는?
토론은 성만찬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최영 박사는 성만찬이 신앙을 견고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성만찬을 통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그리스도의 몸이 현재 우리의 것이요 장차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성만찬은 ‘교회가 모든 피조물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와 찬양의 대제사’,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다시 사신 그리스도에 대한 기념’, ‘성령 초대로서의 의식’, ‘성도와의 교제’라는 의의를 가진다고 세계교회협의회가 발간한 ‘BEM 문서: 세례, 성만찬, 직제’를 인용해 주장했다.
이중 특히 ‘성도와의 교제’ 의의를 강조했는데, 이는 성만찬을 통해 성도들이 수평적인 사귐을 체험하고, 나아가 사회와 역사 속에서의 책임도 자각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BEM 문서는 이에 대해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동참할 때 모든 종류의 부정의, 인종차별, 인종분리주의, 자유의 결핍이 근본적으로 도전 받게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국교회, 성만찬 전통 어떻게 계승해야 할까?
논의는 한국교회가 성만찬 전통을 어떻게 계승해야 할 것인가로 이어졌다.
최영 박사는 성만찬이 좀더 자주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일부 교회들이 한 달에 한번 성만찬을 갖는 방식으로 성만찬 횟수를 증가시킨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성만찬이 결여된 예배는 불완전하다는 인식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고 바르트를 인용해 주장했다. 또 “신앙은 성만찬을 통하여 더욱 심화되기 때문에 자주 거행되어야 하며 특히 성만찬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는 것일 경우 적어도 매주일 행해져야 한다는 BEM 문서의 진술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천 소장도 성만찬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교회 일치’에 성만찬이 유익하다며, 교계 지도자들이 연합예배 등에서 성만찬을 거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4개 장로교단이 역사적인 연합예배를 드렸으나 예배 순서 중 성만찬은 없었다”며, “성만찬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함께 고백하는 의식으로서 공교회의 기초를 이룬다. 이런 중요한 의식이 연합예배 때 빠진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성만찬에 사용되는 집기, 떡, 포도주는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흥미로운 논의도 오갔다. 지나칠 정도로 값비싼 집기를 사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데 대해 흑석동교회 류성철 목사는 “값싸다, 비싸다의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라 ‘구별을 통해 거룩함을 이뤘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구별 자체가 없다면 거룩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 떡은 무교병인가 아닌가, 포도주는 꼭 발효된 것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논의에 대해서는 “정성스럽게 성별한 것이면 될 것 같다”에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