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찬양 일색의 국가조찬기도회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제껏 국가조찬기도회가 설교자의 입에서 나온 국가권력자를 향한 꿀 발린 말들로 시작돼 '용비어천가'로 마무리 된 것과 달리 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적어도 이런 식의 발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설교자로 나선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우리 모두 '국가적 위기가 나 때문입니다'라고 고백하면서 가슴을 치고 회개해야 한다"며 "우리는 여당·아당이 아니라 예수당"이라고 운을 뗐다.
이날 '사방에 욱여쌈을 당할 때(시 3:1-8, 고후 4:8-10)'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정 목사는 "교회가 편을 가르면 안 되고, 한국교회가 특정 정당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성도들도 마찬가지로,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고 지지하거나 한두 가지 공약이 교회 주장과 같다고 지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신앙인답게 믿음을 갖고 말해야 한다. 강대상에서 제발 정치인들이 할 얘기를 하지 마시기 바란다"며 "그리스도인들도 정치에 참여하고 투표에 참여해야 하지만, 교회는 만인이 기도하는 곳이요 성도들은 믿음의 방패를 들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과 무언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성진 목사는 대통령 후보 선택 기준에 대해서도 후보 개개인의 삶의 행적과 가치관을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편을 가르는 사람인가, 통합시키려고 힘쓰는 사람인가? 상처를 내는 사람인가, 치유하는 사람인가? 지금은 어렵지만 조금만 참고 나아가면 된다고 국민을 설득하는 미래지향적 사람인가, 아니면 당장 배부르게 해주겠다고 미혹하는 사람인가? 그 사람이 지나온 삶의 행적과 가치관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 탄핵 정국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한국교회의 회개도 촉구했다. 정성진 목사는 "한국교회가 남의 말을 하기는 조금 부끄러운 형편으로, 사분오열된 연합기구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며 "도대체 왜 합치지 못하는 것인가? 정말 교리가 그렇게 다른가? 성령은 하나 되게 하시고 마귀는 찢고 분열시킨다.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심을 힘써 지키는 교회가 될 때 남북통일을 선도하고 갈갈이 찢겨진 이 사회를 통합하는 교회가 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특히 올해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해 정 목사는 "한국 사회와 국민 앞에 어떤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가"라며 "개혁은 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갱신으로 나타나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고, 자기 신앙을 개혁하고 진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진보 교계에서는 이제껏 국가조찬기도회를 정권에 눈치를 보고 정권을 찬양하는 정교유착의 부산물로 보는 냉소적 시각이 팽배해왔다. 정권 찬양 일색의 국가조찬기도회의 행태에 대해 한국 교계의 원로 신학자 중의 한 사람은 칼럼을 통해 "최고 권력자 다윗왕은 선지자 나단의 설교를 듣고 곧 회개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빌고 용서를 받았습니다. 우리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를 할 수는 없었을까요?"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정성진 목사의 설교는 이제껏 보여준 국가조찬기도회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향후 국가조찬기도회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 설교 중 박근혜 대통령을 추켜세우다가 외모를 두고 한 발언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켜 물의를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