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기독교부스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위원장 남재영 목사) 주최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사순절 금식기도회'(아래 사순절 기도회) 여는 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엔 ‘예은엄마' 박은희 씨 등 세월호 유가족 4가정이 참석했다.
이번 기도회의 주된 화두는 ‘회개'와 ‘자성'이었다. 교회협 정평위는 이번 사순절 기도회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한국 교회를 대신하여 용서를 빌고, 그분들의 아픔을 우리 주님의 아픔으로 고백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교회협은 그러면서 "세월호 가족들을 품고 십자가의 고난에 참여함으로써 이 땅의 모든 교회와 세월호 가족들이 함께 부활의 아침을 맞게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서울 도심일대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보수 성향의 대형교회가 동원되는데 대해서도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설교를 맡은 안산 화정감리교회 박인환 목사 역시 "교회가 본질을 잃어 버리고, 예수 믿는 것이 무엇인지 기본을 망각해 버리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아래는 박 목사 설교 중 일부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제 정신을 갖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백성과 하나님 사이의 중보자라고 자처하는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지도자라고 하는 장로들이 예수를 죽일 모의를 했다. 어떻게 하나님을 더 잘 섬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더 평화로운 삶으로 이끌 수 있을까를 말하고 의논해야 할 사람들이 예수를 죽일 모의에 열중했다. 예수가 자기들의 기득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욕심에 눈이 멀게 되니까 하나님의 아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가 그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없다.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이 자기들 기득권 유지에 골몰했고, 또 그것을 위해 정치적으로 능수능란하게 대처했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의 모습과 똑같기 때문이다. (중략) 요즘 교회가 예수를 죽이고 있다. 천국복음을 전하고 땅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하나님의 자녀'라고 말해주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예수님이 전하신 천국 복음을 훼손하고 있다. 세월호에 대처해온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솔직하게 되돌아 보면서, 교회가 교회답게 되도록 새롭게 세워나가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는다."
사순절 기도회는 오는 10일까지 이어진다. 기도회 기간 동안 정평위 위원장인 남재영 목사는 세월호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남 목사는 "부활절과 세월호 3주기가 겹치는 건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라고 본다"며 "금식기도 하는 동안 한국교회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아프게 한 일을 참회하고, 주님께서 가족들과 함께하고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