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3시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 주요 사업보고 및 재정현황 보고를 별다른 이견없이 받아들였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실행위원들이 안건토의에 올라 온 건의안을 두고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설전을 벌였다.
NCCK 김삼환 대표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제57회기 제2회 총회실행위원회에 추가로 접수된 건의안인 '찬송가 문제 진상조사 요청의 건'이 뜨거운 감자가 돼 회의장을 달군 것이다.
건의안을 올린 교단은 NCCK 회원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각각 감독회장 고수철, 총회장 서재일의 명의로 올라온 이 건의안은 찬송가공회가 교단의 허락을 받지 않고, 법인화를 시도한 것 그리고 찬송가위원회의 회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4개 교단이 소유하고 있던 판권을 찬송가공회가 법인화 과정에서 찬송가공회 명의로 저작권협회에 등록한 점 등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 23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NCCK 제57회기 정기실행위원회가 열렸다. 권오성 총무(우측 보고자석)가 안건토의에 다뤄질 건의안들을 보고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권오성 총무가 이 건의안에 대한 내용을 보고하자 김삼환 대표회장은 임원회가 임시회의로 결정한 사항들을 보고하라고 했고, 이에 권오성 총무는 “(진상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것은)심사숙고 해야 할 부분이라 총무단에서 더 싶도 깊은 회의를 한 다음에 조사를 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별도의 차기 회의를 통해 보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권 총무가 보고를 마치자 건의안을 올린 회원교단의 총무가 발언했다. 기장 배태진 총무는 “(찬송가공회가)교단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법인화를 시도했다”며 “(찬송가공회 등)연합기관이 스스로 조사를 할 수 없기에 공명 정대하게 조사해 달라는 취지로 올린 건의안을 냈다”고 했다. 그러자 김삼환 대표회장은 “이 건의안은 민감한 문제”라며 “연합기관이 또 다른 연합기관의 문제를 파헤치고, 진상 조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자칫 NCCK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건의안을 올린 회원교단은 발언을 자제 해달라”고 했다.
김삼환 대표회장이 건의안을 올린 기장측과 감리교측의 발언 자제를 요청하자 이번엔 성공회측 실행위원들이 나섰다. 성공회 조승덕 신부는 “연합기관은 회원 교단들로 운영되는 협의체”라며 “회원 교단 중에서도 두개 교단이 동시에 올린 안건이라면 받아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에 김삼환 대표회장은 “이런 문제에 자칫 휘말려가지고 NCC 회원 교단들 사이에 상처가 되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조사'라는 사법적 용어를 써가며 진행하는 활동에는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따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숙고해야 한다. NCC가 한국교회 전체를 조사하며 나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 같이 김 대표회장이 '찬송가 문제 조사위원회' 구성에 부정적 입장을 비취자 기장 배태진 총무가 “NCC 대표회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배 총무는 “'조사'라는 용어가 문제가 된다면 다른 용어를 써서라도 진상을 규명해서 불법적으로 이뤄진 일을 바로잡고, 정화하는 일이 NCC의 일이지 손을 놓고 방관하는 것이 NCC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차기 실행위에서라도 이 문제에 관한 정확한 보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총무가 질책 섞인 발언을 하자 김 대표회장은 “내 말이 차기 실행위를 열어서 결정하자는 것인데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것은 무슨 말이냐”며 쏘아 붙였고, 잠시동안 배 총무와 김 대표회장 간 고성이 오갔다.
그러자 사태를 수습시키고자 기장 증경총회장 박원근 목사가 “차기 실행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다시 보고 받기로 하는데 동의한다”며 건의안이 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중재안을 내놨고, 실행위원들이 찬성해 '찬송가 문제 진상조사 요청의 건'은 논란 속에 통과됐다.
그러나 찬송가공회의 불법성 지적을 목적으로 하는 '찬송가 문제 진상조사위'가 구성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회의에서 김삼환 대표회장을 비롯해 NCCK 임원진은 시종일관 온건주의를 고집했다. “절차를 밞아가자” “난해한 문제니 심사숙고하자” 등 이러한 NCCK 임원진의 입장이 총무단 회의에서도 그대로 관철될 경우 조사위 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