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고] 사람 사는 교회

여성신학자 강호숙 박사

예장합동 교단이 담임 목회자의 직권으로 성소수자를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하고, 목회자의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하는 헌법 개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앞서 예장합동은 다른 8개 교단과 함께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을 지적하는 등, 성소수자-여성 목회자 안수 등 민감한 쟁점에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성신학자인 강호숙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장합동의 행태를 개탄하는 글을 올렸다. 강 박사는 이 글에서 "인간됨을 간과하는 신학과 교리, 교회법과 교육, 교회정치와 행정은 예수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악"이라고 꼬집었다. 강 박사의 양해를 구해 게시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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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예장합동 교단이 담임 목사 직권으로 성소수자를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헌법개정을 추진하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퀴어축제 당시 열렸던 여는 기도회.

[사람 사는 교회]

1. 갑질 괴물들이 득세하는 예장합동 교단에 사람이 없다.

2. 예수는 권세자들, 부자들, 강자들을 상대하지 않고, 천한 자, 병자, 소외된 자, 가난한 자, 죄인들, 여성들처럼 그 시대의 약자들과 죄인들을 만나 구원과 사랑을 베푸셨던 참된 인간이셨다.

3. 키에르케고르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입었다는 건 "사람을 재는 잣대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다"라고 한 것은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건만, 괴물들이 권력의 자리에 앉아 여성을 경멸하고 성소수자들을 혐오하고 있다.

4. 성추행과 거짓말을 떡 먹듯이 해도, 사기를 일삼아도 괜찮은데, 여성안수는 안되고, 동성애자들을 추방해야 한다니 분명 괴물의 바벨탑을 쌓으려는가보다.

5. 인간이기를 포기한 괴물들이 하나님을 말하며 교회법을 만들고 있으니 조만간 그곳엔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것같다.

6. 예수의 복음과 진리는 이 세상의 어떤 사람도 버리지 않고 하나님 나라의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사랑과 용서, 평화와 연합의 선포이다.

7. 따라서 인간됨을 간과하는 신학과 교리, 교회법과 교육, 교회정치와 행정은 예수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악이다.

8. 인간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건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9. '사람 사는 세상'은 되어가려는 거 같은데, '사람 사는 교회'는 점점 요원해지는 것같아 씁쓸해진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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