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인인 전 아무개씨의 ‘갑질'이 대서특필되고 있다.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알려진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은 실로 엽기적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4일 중간조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벨 착용하기, 칼은 휘두르지 않았으나 도마를 세게 내려친 사실, 뜨거운 떡국의 떡을 손으로 떼어내기, 골프공 줍기, 자녀 휴가시 사령관의 개인 소유 차량을 운전부사관이 운전하여 태워 준 행위, 군 복무 중인 자녀의 휴가 기간 박 사령관 개인 차량을 운전 부사관이 운전해 태워주도록 한 것, 텃밭 농사를 시킨 것 등은 사실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결국 박씨는 공관병들을 노예로 부린 셈이다.
박 사령관은 장로, 부인인 전씨는 권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 사령관은 몇몇 대형교회 간증집회에 강사로 나가며 남다른 신앙심을 과시해왔다. 박 사령관은 지난 해 6월 대구서부교회에서 열린 ‘제66주년 6.25상기 민족복음화를 위한 구국기도회'에 강사로 나서 자신의 신앙관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한국교회가 성장을 멈췄다"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민족복음화의 열쇠는 군 복음화에 있다. (중략) 연간 입대하는 20만 명 장병 중 14만 명이 세례를 받는다. 이 인원이 신앙을 갖고 밖에 나가서 나중에 가정을 이루면, 네 사람이라고 쳤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교인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저희들은 2035년 되면 우리 국민의 75%, 3,700만 명이 기독교인 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는 간증 말미에 "사령관으로서 임무 수행하면서 종교에 편향되거나 편애하지 않고 모든 장병들을 사랑하고 아낀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사실로 드러난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행각은 이 같은 고백을 무색하게 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은 생명존중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은 일그러진 계급의식의 발로이면서, 또한 일그러진 신앙관의 단면을 생생히 드러낸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계급의식을 거부한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람세스 2세 치하에서 노예살이를 했었다. 아비도스 신전, 룩소르 신전, 아부심벨 대신전 등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집트 신전들 대부분이 유대인의 노예노동으로 건설된 건축물들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지금까지 그 시절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혹시라도 동족이 누군가에게 예속돼 있으면 이를 벗어나도록 돕는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당시 로마 제국에게 착취당하는 이스라엘 하층민들의 권리 향상에 힘을 기울였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또 다른 핵심은 생명존중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흙으로 형상을 빗고 자신의 숨결을 불어 넣어 인간을 창조했다고 기록한다. <창세기> 저자는 하느님의 창조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 속에 하느님의 숨결이 깃들어 있음을 일깨운다.
박 사령관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들의 갑질행각은 명백히 그리스도교 신앙을 거스르는 중대한 행위다.
박 사령관 부부의 엽기행각에 한국교회는 책임 없나?
문제는 이런 자들에게 장로, 권사 직분을 남발하는 교회의 관행이다. 한국교회는 박 사령관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이 실제 삶에서 어떻게 그리스도를 드러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이들의 사회적 위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의 성공은 하나님의 축복이고, 성도들에겐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박 사령관은 한국 교회에 팽배한 성공주의 신학의 자연스런 결과인 셈이다.
일단 국방부는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 교회 차원에서 그에 대한 적절한 치리가 이뤄져야 한다. 앞서도 지적했듯 박씨 부부의 갑질은 본질적으로 반그리스도적인 행위였기 때문이다. 먼저 이들의 장로-권사 직분부터 박탈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이들에게 섣불리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 한국교회에 팽배한 성공주의 신학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박씨 부부에 강력한 징계를 가해야 한다.
가뜩이나 한국교회는 중범죄자들을 쉽게 용서한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홍대새교회 전병욱 씨가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박 사령관 부부에게 값싼 용서의 복음을 설파한다면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아예 잃어버릴 것이다.
끝으로 박 사령관에게 바란다. 박 사령관은 병사들에게 전자팔찌를 채웠다는 등의 폭로에 대해 ‘월 1회 정도 손님 접대할 때 공관병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손목시계형 호출기를 사용한 것이다', ‘아들처럼 생각해 편하게 대한 건데 일부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어깨에 별 넷을 얹은 군인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참으로 저렴하다.
군인은 명예를 먹고 사는 존재다. 최고의 계급장을 단 군인답게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얄팍하게 전역지원서를 내는 것으로 빠져 나가려 하지 말라. 책임 질 일 있다면 자리에서 지라. 그게 군인된 도리다.
덧붙이는 글.
기자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엽기적 행각, 특히 종교강요 행위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후배 병사에게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개 숙여 사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