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종교인과세 유예 논란 다룬 ‘팩트체크’, 명쾌하고 통쾌했다

[리뷰] 보수 개신교계에 일격 가한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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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JTBC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14일 방송된 JTBC뉴스룸 ‘팩트체크’는 종교인과세 유예 법안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검증 결과 종교인과세를 당초 예정대로 2018년 1월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시행령을 고쳐서 세부적인 제도 보완을 이미 마쳤습니다. 그리고 11월을 목표로 전산망을 구축해서 거의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하반기에 안내책자 등을 내고요. 설명회 등을 하면 절차는 거의 다 끝납니다. 기재부 담당자 통화였습니다. 내년 1월에 시행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저희 팀에 말했고요."

14일 오후 방송된 < JTBC뉴스룸 > ‘팩트체크'가 내린 결론이다. 팩트체크는 이날 방송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및 여야 의원 25명이 발의한 종교인과세 유예 법안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팩트체크의 결론은 명쾌했고, 통쾌했다.

종교인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먼저 구체적인 세부 시행 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과세 당국과 종교계 사이에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그러나 팩트체크의 검증 결과 두 가지 명분 모두 설득력이 떨어졌다. 먼저 과세 기준은 명확하다. ‘종교관련 종사자들이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이다. 그리고 종교단체는 ‘정부에서 허가 받은 종교목적의 비영리법인'이라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 또 예정대로 넉 달 뒤 종교인과세를 시행하면 무리라는 주장 역시 검증해보니 설득력을 잃었다.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제도 보완을 마쳤고, 전산망도 완성 단계에 접어 들었다.

사실 팩트체크의 결론은 너무 당연한 결과다. 기자는 이미 공식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종교인과세 유예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제기했었다. ‘팩트체크'는 이를 재확인해 준 셈이다.

절묘한 방송 시점, 하늘이 도왔나?

이번 ‘팩트체크'의 방송 시점은 참으로 절묘했다. 보수 기독교계 일각에서 종교인과세 유예를 공공연히 주장하며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아래 한교연, 정서영 목사)는 14일 논평을 냈다.

한교연은 논평에서 "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국회의원 25명이 종교인 과세 시행 유예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8월 9일 국회에 제출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교연의 논평 중 일부다.

"종교인의 소득에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 2015년에 통과되면서 그 시행은 2018년 1월 1일로 유예되었다. 정부가 그 시행을 2년 뒤로 미뤘던 것은 처음으로 시행하는 법이니만큼 정부와 종교계가 소통하면서 원만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준비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시행에 따른 세부 사항도 일체 공개하지 않은 채 종교계와 이렇다 할 소통 노력도 없이 시간을 다 보내고 난 뒤에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바로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과세 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종교인 소득 과세를 바로 시행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 종교 간은 물론 같은 종교 안에서도 종단과 종파 간 서로 상이한 수입구조와 비용 인정 범위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과세 당국 자체에서 상세한 과세 기준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교연의 입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종교인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한교연은 논평 말미에 정부에 날을 세운다.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에 차질이 있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렇다고 미비한 문제점들을 그대로 둔 채 과세 당국이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으로 시행에 들어갈 경우 국민과의 소통을 국정 운영의 제1순위로 삼고 있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암초에 부딪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와 달리 JTBC뉴스룸 팩트체크의 검증 결과는 한교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종교인과세 유예를 관철시키려던 보수 기독교계로선 할 말을 잃게 됐다.

한교연이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나 보수 대형교회들 역시 드러내지 않았을 뿐, 한교연과 같은 입장일 가능성이 높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바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지난 달 7일 오전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에게 "세수가 충분하고 그것(종교인 과세)을 추진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은데 사전에 대화 없이 가면 그것은 권력 오만"이라며 종교인과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종교인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김진표 의원의 경우 보수정권에 우호적인 김장환 원로목사가 시무하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다. 이런 이유로 김 의원이 보수 대형교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종교인과세 유예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개신교, 특히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와 대형교회들은 보수 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반면 민주정부엔 날을 세워왔다. 보수 개신교계는 지난 2005년 당시 노무현 정부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자 반대 투쟁에 앞장섰다. 이런 보수 개신교계가 박근혜 전 정권 당시엔 역사교과서국정화, 12.28한일위안부합의, 개성공단 폐쇄 등 격렬한 논란이 일었던 의제에 대해선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이번에 종교인과세 관련 논평을 낸 한교연만 보더라도 박근혜 전 정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히자 당시 대표회장이던 양병희 목사는 즉각 환영입장을 내놓았다.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좌편향적 역사교과서가 판을 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국정교과서가 아닌 검인정 교과서를 채택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산업화 과정을 자본가들의 착취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식 사회주의로 미화한 현재의 검인정 역사교과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한 마디로 보수 기독교계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공공연히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며 전 정권에서 국회문턱을 통과한 종교인과세에 제동을 걸려한다. 이런 의미에서< JTBC뉴스룸 > 팩트체크는 시의적으로 적절했고, 결론은 통쾌했다.

보수 개신교계는 종교인과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미국·독일 등에서 합법화된 동성결혼에 대해 허위사실을 퍼뜨리며 선동을 일삼아 왔다. 이들의 준동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팩트폭행'뿐이다. 부디 JTBC뉴스룸이 탐사보도와 면밀한 검증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웃에 거짓 증거하는 보수 개신교계에 제동을 걸어주기를 희망한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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