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과세 유예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 의원은 "종교인 소득 과세 시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금년 내에 마련될 수 있다면 내년부터 시행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단서조항을 달았다. 교회·성당·사찰 등 종교기관에 대해선 탈세가 의심되더라도 세무당국이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종단을 통해 조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담은 새 법안을 내놓겠다고 한 것이다. 김 의원은 확신에 찬 어조로 "세무공무원이 절이나 교회나 성당에 세무조사를 나가서 장부를 확인하고 성직자들을 상대로 문답 조서를 받고,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김 의원의 의도는 뻔하다. 세무조사를 안한다면 종교인과세를 시행해도 좋다는 말이다.
그간 종교인과세를 반대해왔던 보수 개신교계로선 나쁘지 않다. 세무조사 회피는 오히려 이들이 바라던 바다. 더구나 김 의원은 종교인과세 유예 법안을 철회하지 않았다. 만약 김 의원의 입장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세무조사도 막고 종교인과세도 유예시킬 수 있어 보수 개신교계로서는 일거양득이다.
이미 기자는 종교인과세 논란의 본질은 재정운영의 투명성에 있고, 보수 개신교계가 종교인과세에 부정적인 건 재정공개를 꺼려해서라고 적었었다. 결국 김 의원은 보수 개신교계의 속내를 정확히 대변하고 나선 셈이다.
4차례나 당선된 중견의원이 이토록 수가 뻔히 내다보이는 행보를 취한 건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그러나 김 의원을 저질 정치인이라고 탓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탓해봐야 근본이 되먹지 못한 정치인은 잘 안바뀌기 때문이다. 그보다 그리스도교의 도덕률을 되짚어 보려 한다.
그리스도의 도덕률, 공공의 영역에서 드러나야
그리스도교인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공적인 삶의 영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종교인과세로 시야를 한정해 보자. 종교인과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른 조치이고, 한국교회의 관행을 생각한다면 꼭 필요한 조치이다. 오로지 기득권자들만 반대할 뿐이다.
따라서 만약 그리스도인이라고 한다면 이 문제에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지는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소수 개신교계 기득권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건 분명 잘못이다.
종종 한국교회는 외적인 지위만 보고 덮어놓고 '기독교적'이란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그래서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가 이뤄지는 기업도 교회 장로가 최고경영자라는 이유로 기독교 기업이라 자처하고,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에 출마했다고 해서 그의 당선이 흡사 하나님의 소명인 듯 매달리기도 했다. 김진표 의원 역시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이나 이번 종교인과세 논란에서 보여준 행동거지는 분명 그리스도교의 도덕률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의원을 저질 정치인이라 질타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근본이 되먹지 못한 정치인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보다 평신도들이, 그리고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이들이 저명 정치인, 교회 중직자, 그리고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장로라는 이유 만으로 그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김진표 같은 정치인을 장로라는 이유로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특히 종교인과세 논란을 계기로 김진표 같은 사람을 정치권에 들이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바란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종교인과세를 실시해야 한다. 이미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6개 주요 교단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부디 특정 종교 기득권자의 이해 대변에 충실한 김진표 같은 정치인에게 흔들리지 않기 바란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만 붙잡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