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보수 개신교계는 종교인과세 시행에 저항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4일 대표적인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임시총회를 열고 경기 광주 성령교회 엄기호 목사를 새 대표회장으로 맞이했다. 엄 목사는 취임 일성으로 "종교인 과세,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않게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침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는 한국교회교단장회(공동대표 김선규, 이성희, 전명구 목사),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총재 김삼환 목사,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협의회(상임대표 김영진 장로),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심상법 교수) 등이 나서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회견에 참석한 심상법 한국복음주의신학회장은 "한국교회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보다 철저한 준비와 종교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한 후 시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의 호소가 여론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23일 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8.1%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고 답했다. 눈길을 끄는 건 이념지형과 정당 지지층 등 표본 모두에서 종교인과세 시행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보수 기독교계는 보수 정당의 지지기반이었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 보수 정당 지지자들 역시 종교인과세 찬성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정당 지지층 가운데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90.3%였던 반면 과세 재유예·반대는 7.7%에 그쳤다. 자유한국당 지지층 역시 69.8% 대 21.7%로 종교인과세를 당초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 입장을 압도했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방송된 JTBC 시사 토크 프로그램 <썰전>은 종교인과세를 주제로 다뤘다. <썰전> 패널인 박형준 교수는 "헌금이 하나님 앞에서만 정직하게 쓰이고 밝혀져야 할 뿐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도 정직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