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라 목사는 인권에 대하여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다. 동성애는 인권이 아니라 음란으로 규정되는 죄악이다. 그리고 오히려 정통 기독교를 천박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정통 교회의 교리가 '성경 무오설'과 '문자주의'에 의해서 잘못된 성경 해석으로 인한 잘못된 교리라고 공격한다.""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성경이 동성애를 가증한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략) 임보라 목사는 정통 기독교가 성경 말씀에 따라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는 것에 대하여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에 급급한 기독교인들'이라고 비판한다. '교회가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하여 애꿎은 동성애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죄하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동성애자들과 대화해 보면 동성애자들이 이런 왜곡된 논리로 기독교를 공격하고 있다."
예장합동을 포함해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 모임(아래 이대위 모임, 위원장 진용식 목사)이 임보라 목사 이단성 관련 의견서 중 가장 핵심이 될 대목이다. 그런데 이대위 모임의 결론은 동성애를 죄로 인식해온 보수 개신교계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일정 수준 예측 가능했던 결론이기도 하다.
예장합동 등 8개 교단의 시대착오적 결론
가장 논란이 일만한 지점은 성서를 근거로 '동성애가 인권이 아닌 죄악'이라고 규정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인권활동가인 박래군 상임이사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이사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이 밝혔다.
"성소수자를 죄라고 함부로 규정해서는 안된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라. 이쪽은 그리스도교 교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도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과정에 있다. 그 사람들이라고 성서를 읽지 않았고, 그리스도교가 존재하지 않고, 성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임 목사의 이단성 심사는 보수 교단의 위기를 성소수자 혐오로 넘으려는 시도 같아 보인다."
‘성경이 동성애를 죄로 규정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반론은 만만치 않다. 대한성공회 김종훈 자캐오 신부는 이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전통적으로 다양한 신학자들이 성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했다. 정답이 있는 것 처럼 말하는 게 오히려 성서 왜곡 아닌가? 이들의 해석이 맞다고 치자. 그렇다고 성서에 기록된 동성애가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는 말인가? 성서에 기록된 과부와 고아가 현대적 개념과 같을 수는 있다. 그러나 맥락은 다르다. 동성애도 이와 똑같다. 이대위 모임의 결론대로라면 몇 천년의 시간을 한 번에 뛰어넘는 건데, 그런 성서해석이 어디있는가?"
일단 임 목사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는 이단성 심사와 관련해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교단 쪽 관계자는 "우리 교단은 이대위 모임을 임의단체로 보고 있고 따라서 이들의 입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기장은 지난 달 11일 총회 홈페이지를 통해 "본 교단 목회자들의 다양한 사역을 존중하며, 소수자를 위한 목회하시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논쟁으로 비화시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 교단 목사는 헌법 정치 제4장(목사) 제19조(목사의 직무) 2항에 의거, '다른 교파, 교회, 교회 연합회, 기타 특수한 경우에 요청을 받으면 자기 양심에 거슬리지 않는 한 성례를 집행하거나 참례'를 보장 받기에 교단 목사의 목회적 활동은 헌법에 따라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맞서 이대위 모임은 1일 오전 서울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장의 입장을 반박했다. 이대위 모임은 "(임 목사가) 교단을 벗어나 활동하고 있으며 교회를 초월해 기독교를 왜곡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임 목사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인권운동가로 묘사되고 있으며 본인 또한 그렇게 주장하면서 성경에 근거해 자신의 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기독교가 임 목사의 성경 해석 및 주장에 대해 관찰 및 조사, 그리고 연구를 함을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과는 별개로 의견서 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유일신 사상이 문화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건 성경적 진리를 부정하는 이단적 주장"이라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 = 죄'란 기존의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또 의견서 곳곳에서 짜맞추기식 결론을 내린 흔적도 역력하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A 목사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소위 정통 기독교를 문자주의로 비판하고,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건 교회 개혁 진영에 속한 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이다. 이걸 이단시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결국 자신들 빼고는 다 이단이라는 말이다.
내가 속한 기감 교단만 봐도 연회 감독 조차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즉, 임 목사의 활동을 목회적 돌봄으로 본다는 말이다. 기감 교단이 이대위 모임에 참여한 걸 두고 성급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대위 쪽 사람들의 성향이다. 성소수자를 정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대위에 들어가 있다. 이러니 공평하게 대립하는 주장을 경청하기 보다 극단적 주장이 나오고, 성소수자를 죄악시 하는 결론이 날 수 밖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