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자수첩] 홍대새교회 전병욱씨 치리는 이제부터다

대법원 판단 확정된 만큼 엄중 제재 가해야

junbyungwook
(Photo : ⓒ사진제공= 현장 활동가 L씨)
▲지난 1월 예장합동 평양노회에서 열린 재판국에 출석하고 있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

"고난 앞에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 고난은 몰려온다. 돈이 없다. 병이 생긴다. 가정이 깨진다. 어찌할 도리가 없다. 조용하던 사람들이 조언한다. 도덕, 윤리를 말한다. 노골적 비난도 있다. 도움 안된다. 아픔만 있다. 속수무책이다. 이때 어찌하나?

예수만 바라보라. (중략)

그러므로 힘써 예수를 바라보라. 길이 보인다. 힘이 생긴다. 상처 치유가 일어난다. 신앙은 뭘 하는 게 아니다. 신앙은 바라봄이다. 힘써 예수만 바라보라. 이게 살 길이다."

전병욱씨가 9월8일자로 홍대새교회 게시판에 올린 칼럼 중 일부다. 고난 앞에 속수무책이란다. 이때 예수만 바라보란다. 그것도 힘써서. 다 맞는 말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씨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전씨의 성추행 행각이 처음 불거진 시점은 2010년 9월이었다. 이후 꼭 7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전씨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 단 한 번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마침 7일 대법원은 전씨의 성추행 행각이 위법행위였음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은 삼일교회가 전씨를 상대로 낸 전별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아래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전씨가 복수의 피해자들에게 성추행 및 성희롱을 가한 행위가 인정되고, 그중 피해자들에 대한 전씨의 추행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1항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기습추행으로서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다섯 건의 성추행 사례를 적시하며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전씨에게 1억원의 배상책임을 지웠다. 전씨는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비록 전씨에게 형사책임을 묻지는 못했지만, 그의 성추행 행각이 실제로 벌어졌고 이 행각이 위법이었음이 공식 기록으로 남겼다는데 의미가 크다.

전씨로서는 고난일 수 있겠다. 그러나 전씨 측이 서울고법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고이유서엔 전씨의 본심이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씨 측의 핵심 주장을 아래 옮겨본다.

"객관적인 증거가 없이 오로지 피해자 진술이 신빙할 수 있음을 근거로 피고(전병욱씨 - 글쓴이)의 성추행을 인정하고 있는바....

특히 본건 성추행 신고처럼, 피해사실에 신고가 사건 발행일로부터 시간적으로 상당히 멀리 이격된 시점에서 이뤄졌고, 신고 당시 피해신고자에게 ‘처벌의지적 동기'가 있었던 경우라면 피해신고 내용에 있어서 과장되어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 진술이 기억력의 다른 법칙, 즉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거나 모호해진다'는 법칙에 어긋나, 시간이 지나갈수록(또는 진실을 거듭할수록) 진술의 구체성이 더 높아진다면 해당 진술의 신빙성은 ‘오히려' 낮아진다."

쉽게 풀이하면 이렇다.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만 듣고 전씨가 성추행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전씨를 처벌하려는 사람들에게 피해사실을 과장해서 말했다. 또 오래 전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게 보통인데 피해자들의 기억은 오히려 또렷해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죄를 지었어도 발뺌은 할 수 있다.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고, 선처를 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넘지말아야 할 선은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 상처 입은 이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씨는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을 상대로 무더기 고소고발을 벌이는가 하면,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이들의 진술을 문제 삼았다. 그러고서는 공개 칼럼을 통해서는 고난 앞에 속수무책이라는 둥, 예수만 바라보라는 둥 달달한 말을 늘어놓는다. 할 말을 잃는다.

삼일교회, 전씨 ‘해임, 파면' 해야

대법원 판단은 끝이 아니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먼저 법원 판단을 통해 전씨의 죄상이 확인된 만큼 교회가 그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 인천세나무교회 이진오 목사는 아래와 같이 제안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전병욱에게 면죄부를 주었지만 세상 법정은 유죄 판결을 내렸네요. 전병욱은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끝까지 대법까지 상고하며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교회를 모독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 삼일교회는 전병욱을 ‘해임'시켜야 합니다. 전병욱은 삼일교회를 ‘사임'했고, 이때 퇴직금과 전별금으로 13억원 이상을 받아갔습니다. 사임했기에 목사로서 다시 홍대새교회도 개척하고 목사직을 유지하고 피해자를 모욕한 것입니다.

아제 대법원 판결까지 그의 성범죄를 인정했으니 이를 근거로 삼일교회는 전병욱을 해임 파면 시키고, 퇴직금과 전별금도 돌려 받아야 합니다. 가급적 손해배상도 청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판결과 해임을 근거로 노회와 총회에 다시 전병욱의 목사직 면직과 출교를 요청해야 합니다. 그래야 끝이 납니다. 부디, 삼일교회가 전병욱에게 주어진 면죄부를 걷어 주시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전씨는 7년 동안 한 번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대법원 판단이 확정됐음에도 ‘예수를 바라보라'며 자신이 흡사 고난당하는 사람으로 포장했다. 이런 사람에게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제재를 가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전씨는 요기 베라가 남긴 이 말을 명심하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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